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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전쟁 …총선정국 예선부터 난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총선 4개월 전인 요즘 정치권은 여야 경쟁에 앞서 지역구 공천을 선점(先占)하려는 각 정당의 예비 선거전이 여러 형태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솥밥을 먹는 같은 당 인사들끼리 '선거법 위반' 이라며 선관위에 신고하는가 하면 일부에선 혼탁.음해성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예비경쟁은 한나라당보다 국민회의쪽이 심하다.

여권의 영입파 의원들이 포진한 수도권과 물갈이 설이 나도는 호남지역이 특히 그렇다.

◇ 선관위까지 가는 한솥밥 싸움〓선관위는 최근 국민회의 서울 동작을구 위원장인 유용태(劉容泰)의원이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지난 10월 劉의원이 당원 2천여명을 여주 신륵사에 모아 치른 당원 수련대회에 일반 선거구민을 참석시켰다는 내용이었다.

선관위측은 신고자가 국민회의 전임 위원장인 박실(朴實) 국회 사무총장측의 운동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朴총장은 96년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였던 劉의원에게 패했고, 劉의원이 지난해 국민회의에 입당함에 따라 지역구를 넘겨주었다.

朴총장측은 최근 '국민회의 동작동지회' 라는 사무실을 내고, 고토(故土)회복을 노리고 있다.

한방 먹은 劉의원측은 "朴총장측이 국회 사무총장 명의로 '12월 말 공직을 떠나 선거에 출마하겠다' 는 내용의 편지를 유권자들에게 보낸 증거를 잡았다" 며 선관위에 신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기 광주-하남의 국민회의 위원장인 정영훈(鄭泳薰)의원측은 문학진(文學振)전 위원장측과 대치상태다.

文전위원장은 지난달 지역구에서 주민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자신의 저서 '백범 김구처럼'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鄭의원측은 "책 제목보다 저자 이름이 더 크게 나와 통상적 책광고로 볼 수 없다" 고 선관위에 이의제기를 했다.

◇ 중앙당에 징계 요청〓아태재단의 황주홍(黃柱洪)부총장이 일찌감치 현역인 국민회의 임복진(林福鎭)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광주 남구는 중앙당에까지 분쟁이 번졌던 지역.

林의원측은 "黃부총장측이 지난 9월 지역구에 사무실을 열면서 지역민 2천명을 동원, 볼펜세트.떡 등을 나눠줬다" 며 중앙당에 "해당(害黨)행위를 중단케 해달라" 고 보고, 논란이 일었다.

장성민(張誠珉)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박홍엽(朴洪燁)국민회의 부대변인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서울 강서을의 국민회의 최두환(崔斗煥)위원장측은 지구당 차원에서 朴부대변인의 '6개월 당원자격 정지' 를 의결한 상황.

崔위원장측은 "朴부대변인이 명함을 뿌리는 등 공천굳히기를 위한 사전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고 중앙당 윤리위에도 이 사안을 회부했다.

한나라당 서울 서초갑 박원홍(朴源弘)의원도 김찬진(金贊鎭.전국구)의원이 사무실을 내고 홍보물을 돌리고 있다며 당 지도부에 "강력히 경고해달라" 고 요청했다.

◇ 선거구 조정 갈등〓야당쪽에 두드러진 현상이다.

선거구 통합이 거론되는 부산 사상갑.을의 경우 "을쪽의 신상우(辛相佑) 국회 부의장이 후배를 위해 전국구로 간다" 는 소문이 나돌자 辛부의장측 사무국장이 권철현(權哲賢)의원 사무국장을 불러 "그런 일은 없다" 고 해명했다.

최근 부산지역 의원 모임에서는 "선거구가 줄어들 경우에 대비, 우리끼리라도 내부 교통정리를 하자" 는 제안이 나왔으나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격으로 결론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

통합이 거론되는 경주갑.을의 김일윤(金一潤).임진출(林鎭出)의원은 최근 비슷한 내용의 '고도(古都)보존 및 정비 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 과 '옛 도시 보존에 관한 법' 을 따로 국회에 제출했다.

◇ 음해성 루머 난무〓서울 강북의 한 지역구에서는 현역 의원을 겨냥한 각종 악성 루머가 확산 중이다.

"지역구를 대구로 옮긴다더라" "전국구로 간다더라" "장관에 입각, 총선 출마는 포기한다더라" 는 내용이다.

심지어 "후보 등록 3일 후면 정치생명이 끝나는 엄청난 게 있다더라" 는 소문까지 횡행하고 있다.

서울의 한 현역 의원은 최근 자신이 학부모로 있는 초등학교의 학부모회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가 곤혹을 치렀다.

일부 학부모가 거세게 반발해 낭패를 본 것.

그는 "총선 출마를 노리는 다른당 인사가 학부모들을 사전에 부추겼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의 한 지역구에서 출마를 선언한 신당 영입 인사는 최근 "중풍이 든 노모를 내팽개친 불효자식" 이라는 소문이 퍼져 시달리고 있다.

총선 공천 후유증이 전국에 확산된 셈이다.

최훈.이정민.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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