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화 서울 경동교회 신임 담임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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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교회를 교회답게 만들겠습니다. 새 천년의 도덕적.영적 비전을 주는 교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교회는 신앙공동체이면서도 사회를 위해 항상 진취적으로 열려있어야 합니다. 잘 조직된 인적.물적 자원을 공익을 위해 쓰는 NGO(시민운동단체)의 역할을 교회, 나아가 모든 종교가 맡아야합니다. 아니 종교의 도덕성으로 하여 시민운동의 구심점이 돼야한다고 봅니다. "

박종화(朴宗和.54)목사가 개신교계의 진보.참여 운동의 본산인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 담임을 맡아 5일 예배에서 '주의 길을 예비하라' 는 설교를 시작으로 시무에 들어간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무 등으로 일하며 교회일치운동과 사회활동에 앞장서오다 개별 교회의 목회는 처음인 김목사는 시민운동 구심점으로서의 종교를 강조한다.

"해방 직후 김재준 목사가 세운 경동교회는 교리주의와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진보적인 노선을 걸어왔습니다. 이후 강원용.문익환.박형규 목사, 장준하 선생등을 중심으로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뚜렷한 자취를 남겼습니다. 시대적 양심의 소리를 내는 교회, 세계의 진취적 교회와 함께하는 교회로서의 경동교회 특유의 전통을 잇겠습니다. "

현재 경동교회의 신도 수는 1천2백여명. 교회의 전통과 규모에 비해서는 초라한 숫자다. 그러나 어떤 교단이나 대형 교회 못지않게 경동교회의 대 사회적 영향력은 크다. 한마디로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시민운동단체의 많은 일꾼들이 경동교회와 강원용목사의 크리스찬 아카데미의 영향을 받았다. 때문에 김목사는 이런 전통과 영향력을 토대로 경동교회를 다른 교회나 종교가 모델로 삼을 만한 21세기 참 교회로 만들겠다고 밝힌다.

"한국 교회도 기업과 마찬가지로 양적 팽창에 따른 거품이 많습니다. 그 거품은 바로 '이걸 이루게 해주소서' 하고 비는 기복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읍니다. 그쪽으로만 너무 달려가지말고 진정 이웃을 생각하는 신앙공동체로 다시 태어나야합니다. 이제 교회도 구조 조정을 하고, 내실화를 기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

김목사는 다원화 사회에서 모든 문화와 사회적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그것을 혼융, 도덕적 구심점으로서의 교회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경동교회는 교회로서는 보기 드문 3백석 규모의 여해문화공간을 새로운 예배.신앙 문화 실험의 장으로 꾸미겠다고 밝혔다. 교파를 초월, 모든 교회에 이 공연장을 개방해 전통악기와 공연등 우리의 전통문화가 어떻게 기독교 신앙에 파고들수 있으며 추석.설등 민족 고유의 축제일에 어떻게 기독교 문화가 어울릴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모색하며 새로운 기독교 문화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아버지도 목사고 아들도 목회자의 길을 준비 중인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난 김목사는 1970년 목사 안수를 받고 한신대 교수를 거쳐 현재 21세기 통일포럼 공동회장.대통령 통일고문.제2건국위원등을 맡고 있다.

이제 개별 교회 목회활동과 사회활동을 어떻게 병행하겠냐는 물음에 김목사는 "주 업무는 목회활동이고 사회활동은 빛과 소금이 되는 역할로만 자제하겠다" 고 밝혔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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