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의 외규장각에는 왕실 관련 귀중품 99점과 도서 1천7종 5천67책이 소장돼 있었으며 프랑스 해군이 약탈한 3백59점을 제외한 나머지가 불에 타 없어진 것으로 처음 밝혀졌다.
특히 소실 문화재에는 의궤(儀軌) 1백25종 2백24책, 영조가 손수 쓴 시문 25종 등 왕실의 유일본 다수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서울대 이태진(국사학)교수가 1857년에 작성된 외규장각의 도서목록인 '정사 외규장각형지안(이하 형지안.丁巳 外奎章閣形止案)' 을 분석함으로써 밝혀졌다.
'형지안' 은 현재 서울대 규장각과 파리 국립도서관에 각각 1부가 남아있다.
李교수는 "그동안 외규장각 소장 도서 숫자에 대해 '6천여권 가량 된다' 는 막연한 추정치만 있었다" 며 "이번에 그 숫자뿐 아니라 방화 소실된 문화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혀냈다" 고 말했다.
밝혀진 소실 문화재는 ▶왕족 신분표지물 19점▶조선조 역대 왕이 직접 쓴 어제(御製)나 어필물(御筆物) 61점▶기타 족자류 4점▶의궤 도서 2백13종 3백73책▶의궤외 도서 5백94종 4천3백38책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어필물로는 '의종황제 어필 서망요지족자' '선묘어필대병풍차오건' '안평서대병풍차팔장' 등▶의궤류는 숙종때 태조 이성계를 그린 '태조대왕 영정정모사의궤' '인현왕후 숭모의궤' '인조대왕 산릉의궤' 등이다.
李교수는 "이들 문화재는 그 자체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본으로 그 자료적 가치가 매우 큰 것인데 소실돼 안타깝다" 고 말했다.
의궤란 조선왕조 당시 왕실이나 국가의 각종 행사에 대해 발의 및 준비과정.의식절차.진행.행사 유공자에 대한 포상 등의 사실을 정리한 기록이다.
현재 한국과 프랑스간 외규장각 도서반환협상 대상에 포함된 현존 의궤는 1백91종 2백97책이며 이중 국내에 없는 유일본은 40여종에 불과한 반면 소실된 것은 그 여섯배 이상이다.
이같은 내용은 4일 오전 10시 대한적십자사 강당에서 대한국제법학회(회장 백충현 서울대 교수)가 주최하는 '문화재의 국제적 보호'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우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