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값 가파른 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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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17개 주요 원자재 가격추이를 나타내는 코모디티 리서치 뷰로(CRB)지수는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24년만의 최저치인 180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10%이상 증가하며 200대를 훌쩍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경제회복에 따른 생산수요 증가가 원자재 가격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하고 국제 유가의 강세에 따른 나프타.프로판.메탄올 등 석유화학 원료들과 니켈 등 비철금속의 상승세가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 등 경제분석기관들도 최근 "CRB지수가 아시아 금융위기 전 240수준이었던 점에 비춰볼때 아직 완전한 회복은 아니지만 원자재 가격의 상승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공산이 크다" 고 예측했다.

니켈.알루미늄 등 금속류의 상승은 수요증가에다 빅 메이저인 미국의 알코아를 비롯해 유럽의 주요업체들이 최근 잇따른 인수.합병전 이후 팽창정책을 지속하고 있는데다 국제투기자본까지 가세하고 있는 것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곡물류도 브라질 등 주요 생산국이 가뭄과 엘리뇨 현상으로 25%정도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을 우려하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의 사카이야 타이치(堺屋太一)경제기획청장관은 지난주 각의에서 발표한 연차 세계경제보고서에서 "향후 원자재 가격의 상승 속도에 따라선 전세계에 걸쳐 인플레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한다" 며 "일본도 이에 따른 대책 마련에 나설 때" 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되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그동안 단기 상승후 소강상태 진입이라는 과정을 반복해 온데다 경제회복을 추진중인 중남미 국가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들이 적극적으로 생산을 늘릴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오승구(吳承九.43)수석연구원은 "일단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곡물.비철금속 등 평균 원자재 가격은 내년에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며 "한국도 수입물가 상승으로 내년 성장률 등 경제전망 수정이 불가피할 것" 이라고 말했다.

▶CRB 지수란

미국의 상품가격 조사기관인 Commodity Research Bureau사가 매일 공표하고 있는 원자재 가격지수로 1967년 수치를 기준치(100)로 하고 있다.

대상 품목은 원유.천연가스.금.은.보리.옥수수.설탕 등 17개 품목. 원자재 가격의 국제기준으로 간주되고 있다.

김현기.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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