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시조] 그 가을 칸초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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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그 가을 칸초네

빛살은

불립문자(不立文字)

하늘 끝

솟아 오른다.

황홀한 유혹으로

채색하는

이 가을 팔레트,

새들도

만국(萬國)언어로

꽃 대궁 하나

세웠다.

시간의 낮은 발꿈치

에돌아 에돌아

잠겨들고

강물 빛 아이들이

오색 폭죽

쏘아 올린다.

가지 끝

흔들고 오는

저 바람의 높이만큼.

- 남순대

■ 약력

▷ 51년 대구 출생

▷ 한국외국어대 서반아어과

▷ 98년 중앙일보 중앙시조지상백일장 연말장원으로 등단

■ 시작 노트

파란 하늘을 본다. 까닭도 없이 생각은 가을의 머리에 가 잠기고 있다. 문득, 새 한 마리 허공을 가로 지른다. 가뭇없이 나울거리는 저 가을 볕 속으로 솟아오르는 불립문자, 그 햇살을 헤집고 새처럼 훨훨 깨달음의 푸른 하늘을 마냥 날고 싶다.

이제, 세기의 마지막 일몰로 가는 아름다운 저녁 어귀에 서 있다. 강가엔 뚝방 따라 '제 앞서 '달려가는 '어린' 아이들의 함성소리 멀리 들려 오고, 신명난 아이들은 바람보다 더 높이 오색 폭죽을 쏘아올린다. 새 세기를 밝혀줄 그 불꽃, 드디어 내 안에서 환하게 터뜨려지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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