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형·인가형·기독계열 200여 학교 … 부모의 교육철학도 살핀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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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부모들 사이에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자녀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교육하고 싶은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 그러나 대안학교마다 유형과 교육철학이 다르고 일목요연한 대안학교 목록마저 찾기 어려워 선택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대안학교에 대해 알아봤다.

김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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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대안학교 꽃피는 학교. 아담한 교실에서 9명의 고교생이 ‘명화 속 신기한 수학 이야기’ 수업을 듣고 있다. 그중 한 명인 구보명(12년제 중 10학년)양은 요즘 한창 논문 준비에 바쁘다. 1인 1논문 과제 마감일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구양의 논문 주제는 ‘지구온난화 과정 속에서 청소년이 해야 하는 역할’이다. 구양은 국제적인 비정부기구(NGO) 활동가가 꿈이다.

#2. 김찬솔(이우학교 고등 2년)양은 비인가 대안중학교에 다니다 검정고시를 치른 뒤 이우학교에 입학했다. 대학에 진학하고 싶지만 치열한 내신 경쟁은 싫었다. 김양은 매주 수요일, 1교시 문학 수업이 끝나면 오후 3시30분 시작하는 ‘법과 사회’ 시간 전까지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한다. 이후 오후 6시20분부터 9시까지 영화개론 수업을 듣는다. 선택제 수업 덕이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목표로 공부 중인 김양은 통·번역가의 꿈을 꾸고 있다.

#3. 장원서(IT기독학교 고등 3년)군은 최근 한동대 수시 대안학교 전형에 도전했다. 현재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2차 면접 및 구술시험을 준비 중이다. 장군은 미국 뉴저지에서 5년간 현지 학교를 다니다 한국에 돌아오면서 IT기독학교 고등 2학년으로 편입했다. 귀국 전 한국의 과열된 입시경쟁 환경을 전해 듣고 도저히 일반 학교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한동대에 진학해 산업정보디자인을 전공한 뒤 건축가가 되는 게 꿈이다.

대안학교가 진화하고 있다. 학생·학부모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 앞서 소개한 사례는 현재 진행 중인 대안교육 중 대표적인 유형을 꼽은 것이다. 통상 정통 대안학교로 불리는 비인가형 대안학교(사례 1)와 인성교육 특성화학교인 교육과학기술부 인가형 대안학교(사례 2), 그리고 최근 많이 설립되고 있는 기독교 계열 대안학교(사례 3)가 그것이다.

대안교육연대 이치열 사무국장은 “최근 기독교 계열학교 등 대안학교의 수와 종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며 “수요자에게는 보다 다양한 교육 기회를 주는 것이지만 유형이 다양한 만큼 학교 특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학교들은 경쟁 환경에 놓여 있는 기존의 공교육에서 벗어나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를 표방한다. 하지만 학교가 원하는 교육철학에 따라 그 성격이나 커리큘럼이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 대안학교의 역사는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남 산청에 간디학교가 처음 문을 열면서 대안학교를 표방했고, 지금은 전국적으로 200여 곳의 대안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보통 대안학교를 나누는 기준은 교과부 인가 여부다. 그러나 비인가형 대안학교 중에서도 전원형 인성교육을 추구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도심형 학교가 존재하고 기독교를 중심으로 종교적 색채가 강한 학교도 있다. 전원형 대안학교도 독일 발도로프식 교육을 지향하는 학교, 한국의 전통사상을 접목시켜 특유의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학교 등 다양하다.

기독교대안학교연맹 임태규 사무총장은 “기독교 대안학교 중에도 기독교리를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학교, 기독교인 학교 부적응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 기독교 특성화학교, 영어몰입교육과 외국 유학을 지향하는 국제기독학교 등 많은 유형이 있다”며 “학교별로 차이가 많아 직접 학교를 방문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IT기독학교의 한민형 교장은 “먼저 부모 자신과 학생의 성향 파악이 우선”이라며 “모든 대안학교가 부모 면접을 중시하는 이유는 학생뿐 아니라 부모의 가치관과 의지도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우학교의 박소연 교사는 “대안학교 학생들은 팀별 토론수업에 익숙해 일반 학교 학생들보다 생각이 깊은 편”이라며 “학생 수가 적어 개인별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어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실현하기가 더 쉽다”고 말했다.

대개 학부모가 대안학교를 선택할 때는 교과부 인가 여부를 중시한다. 그러나 꽃피는학교 이충환 교사는 “학력별 검정고시를 통과하면 비인가 학교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대안학교가 가지는 미래적 가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대안학교의 학력(學力)을 인정하는 분위기도 확대되고 있다. 대안학교 출신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 특별전형’을 신설하는 대학이 늘고 있는 것. 또 학교 설립 기준 완화를 주요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어서 앞으로는 대안학교의 인가도 쉬워질 전망이다.

▶전국 대안학교 유형별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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