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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각료회의 개막] 무엇을 논의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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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30일 미국 시애틀에서 제3차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가 열린다. 4일간 일정으로 개최되는 이번 회의에서는 95년 WTO 발족이후 첫 다자간 무역협상인 '뉴라운드' 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21세기 무역질서의 규범을 제시할 뉴라운드에는 1백35개국 협상대표들이 참가하며 농산물.서비스 시장의 추가 개방 등 기존 의제와 함께 전자상거래.노동.환경 등 새로운 의제가 다뤄진다. 편집자

이번 회의는 새 천년의 세계경제규범을 끌어내야 한다는 중요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원국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농산물.전자상거래분야 등 대부분의 의제에서 출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스위스 로잔의 비공식 각료회의(10월26일)와 제네바의 WTO예비각료회의(11월23일)에서 잇따라 뉴라운드에서 다룰 의제 설정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서비스이외의 분야는 협상에서 제외하자는 미국측 주장에 대부분 국가가 반발하고 있다.

EU는 공산품.노동.환경 문제까지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며, 미국.호주.뉴질랜드 등 16개 농산물 수출국의 모임인 케언즈 그룹의 농업 보조금 철폐 요구에는 절대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EU순번제 의장국인 핀란드의 키모 사시 외무장관은 회의를 코앞에 둔 25일 뉴라운드 협상이 개시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농산물 무역 자유화에 대해서는 한국.일본 등도 식량 안보적 성격과 폐농시 환경파괴 문제를 들며 점진적 개방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일본 등은 미국에서 반덤핑 조사가 남발되는 것에 반발, 이에 관한 협정 개정을 거론하고 나섰다.

인도.파키스탄.이집트.인도네시아와 일부 아프리카 국가 대표들은 각료회담 전이나 회기중에 자신들 뜻대로 반덤핑.지적재산권에 관한 우르과이 라운드 합의 내용이 개정 검토되지 않을 경우 향후 계속될 뉴라운드 협상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WTO 회원국의 74%를 차지하는 개도국은 선진국의 공세에 대응할 만한 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시장 개방으로 실익을 얻지 못했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마이크 무어 WTO사무총장은 "선진국과 개도국 문제 모두 중요하다" 며 다독거리기에 나섰지만 초반부터 예견되는 진통이 얼마나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또 이번 회담에서는 WTO가입을 미국과 합의한 중국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다. 정식 회원국 자격을 얻는데는 여러 절차가 남아 있지만 뉴라운드의 새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밀레니엄 라운드' . '시애틀 라운드' 라고도 불리는 뉴라운드의 협상시한도 이번 시애틀 회의에서 결정된다.

회원국들은 3년내 협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도쿄 라운드 6년, 우루과이 라운드가 7년이나 걸렸던 선례에 비추어 사실상 힘들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합의 방식이 통상이슈를 따로따로 협의하는 것이 아닌 일괄타결방식으로 하자는 의견이 대세여서 협상대표의 합의가 신속하게 이뤄지기 힘들 듯하다.

이번 회의에는 각국 협상대표들뿐 아니라 비정부기구(NGO)들의 관심도 높다.

회담 기간중 환경.노동.인권.여성단체 등 8백여개 단체들의 집단 시위도 예상된다.

자유 무역으로 인해 환경 파괴, 실업률 증가가 야기된다며 뉴라운드 합의를 반대하는 움직임과 미국의 유전자 조작 식품의 시장 확대 움직임에 대한 항의,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주장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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