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도심, 잠깐의 여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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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나면 딱히 산보하거나 쉴 곳을 찾기가 마땅찮은 직장인. 낯설지 않은 도심의 풍경이다. 하늘마저 답답해진 빌딩 숲속, 잠시의 여유를 만끽할 공간은 없는 걸까. 그런 의미에서 콘크리트 옥상에 나무와 꽃풀등을 심어 녹지로 조성한 옥상공원은 상큼한 녹색지대다.

80여 종 초목이 우거진 CBS 옥상공원

“벤치에 앉아 나무와 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아요. 일이 잘 안 풀리거나 피곤할 때 잠시만 이곳에 나와도 기분 전환이 됩니다.” CBS 기획조정실 강선미 차장은 날씨가 좋을 때면 공원에 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옥상공원을 자주 찾는다.

CBS방송국 4층의 옥상공원이 직원들의‘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660 m²의 크지 않은 규모지만 다양한 꽃과 풀나무가 계절 따라 상큼한 내음을 풍기며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다.

공원 조성 전까지는 자투리 공간으로 애연가들이 즐겨찾았다. 당시 옥상에는 녹색 카페트가 깔려 있었는데 담뱃재로 인해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지저분했었던 곳.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2007년 12월부터다. 직원 휴식공간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5개월의 공사기 간을 거쳐 평범한 옥상이 녹지로 바뀌었다.

무엇보다 식물이 자생적으로 자랄 수 있는 자연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기름진 토양이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햇빛을 받으면 자연 발효돼 식물에 필요한 자양분을 만들 수 있는 효소를 함유하고 있는 인공배양토를 사용했다. 공원 한쪽의 인공연못은 이끼가 끼어 냄새가 나지 않도록 순환에 특히 신경썼다. 자작나무·소나무·과실수 등 80여 종의 나무는 옥상정원을 풍성하게 해줬다. 직원들은 야생화·억새·둥글레 등 야생식물을 직접 심기도 했다.

CBS방송국 경영본부 관리부 김광석 대리는 “5~6월에 옥상공원의 푸름이 최고조에 이른다”며 “첫 해에는 인공 흙에 적응하지 못한 나무들이 말라죽기도 했으나 지금은 초기에 심었던 나무들과 새로 심은 나무들이 조화를 이뤄 자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녁이면 공원 가장자리에 있는 등에 불이 켜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허브향 가득한 이대목동병원 이화쉼터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환자와 문병객, 찌뿌드드한 몸을 늘여가며 스트레칭을 하는 사람. 이대목동병원 3층 이화쉼터는 2007년 12월 오픈한 이후 늘 방문객들로 붐빈다.

이화쉼터는 계절별 야생화와 허브향 가득한 소정원으로 꾸며졌다. 환자들의 치유를 돕고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지압보도와 곳곳에 배치된 벤치가 이곳의 특징이다. 이대목동병원 총무과 김성현씨는 “병원에 전체적으로 쉴 공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돼 3층 옥상에 1189 m²규모의 공원을 만들게 됐다”며 “환자·방문객·직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날씨가 따듯한 낮 시간에는 소풍 온 기분으로 도시락을 들고 쉼터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 그의 귀띔이다. 이화쉼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개방한다.

[사진설명]CBS방송국 3층에 조성된 옥상공원에서 조은석·나성은씨(왼쪽부터)가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다.

<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

< 사진=최명헌 기자 choi315@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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