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유출 어디까지] 배정숙·정일순씨도 봤을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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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주선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대통령에게만 극비 보고했다는 사직동팀 보고서가 김태정 전 검찰총장은 물론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인사들에게까지 유출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우선 朴비서관은 문건을 金전총장에게 건넸다. 金전총장은 이를 다시 박시언 전 신동아그룹 부회장에게 전달했고 이후 金전총장과 朴전부회장을 축으로 부채꼴 모양처럼 펴져 나갔다.

金전총장측은 26일 朴부회장에게 문건을 전달한 경위에 대해 "부인 연정희씨를 둘러싼 의혹이 해소됐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보여줬다" 며 "몇몇 사람들에게도 같은 취지로 문건을 보여줬다" 고 말했다.

金전총장측은 해명한다고 한 발언이었지만 문건의 유출이 보다 광범위했음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金전총장은 또 문건을 검찰 내 측근과 부하들에게도 보여줬던 것으로 확인했다. 한 검찰인사는 "지난 2월 당시 문제의 문건을 읽어본 기억이 있다" 고 말했다.

金전총장이 부인 延씨에게 사직동의 최초보고서(추정)를 보여줬던 예에서 보면 이 문건도 延씨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최초보고서 유출 때와 같은 경로를 통해 배정숙(裵貞淑).정일순씨 등 다른 관련자들에게도 문건이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朴전부회장은 문건을 최순영 회장 부인인 이형자씨에게 전달한 사실이 확인됐다. 李씨 자매들이 이를 모두 돌려봤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기관인 사직동팀의 극비 내사보고서를 사건 관련자들이 읽어보고 이번 사건 수사에 대비한 꼴이 됐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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