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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인터넷과 대화하는 시대 곧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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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속하는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 사무실.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66) 박사가 온라인 영상회의 시스템을 켜자 대형 화면엔 서울 역삼동 구글코리아 회의실이 나왔다. 이곳에는 ‘광통신 전문가’이자 KT의 신사업을 총괄하는 최두환(55) 사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서프 박사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과 ‘인터넷 강국’인 한국의 대표적 ‘기술 최고경영자(CTO)’들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인터넷을 통해 인터넷을 논한 것.

10월 25일 인터넷 40주년을 앞두고 두 시간 동안 이뤄진 한·미 간 온라인 영상 대담은 인터넷의 어제·오늘·내일을 짚어보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서프 박사의 귀가 다소 어두워 영상 대담 진행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문제가 없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터치’는 물론 음성으로 인터넷을 즐기는 ‘뉴 인비저블 인터넷 시대’의 도래, 그리고 선(線) 없는 모바일 인터넷 분야에서 한국이 일본에 뒤져버린 교훈을 이야기할 때는 두 사람 모두 10대 소년으로 돌아간 듯 눈빛이 초롱초롱해졌다.

사이버 공간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두 나라 최고 수준의 인터넷 네트워크 전문가다. 서프 박사는 1969년 인터넷의 모태인 ‘아르파넷’을 개발했다. 최 사장은 79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국내 처음 광전송 기술을 개발한 뒤 미 벨연구소(Bell Labs)의 수석연구원을 지냈다. 지난달 17일 이뤄진 이 대담은 최 사장이 주로 묻고 서프 박사가 응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최두환(최)=인터넷이 어느덧 불혹을 맞았다. 40년간 발전 속도는 눈이 핑핑 돌 정도다. 향후 10년은 더 빨리 변할 것이다. 인터넷은 어떻게 변할 것 같은가.

▶빈트 서프(서프)=지금도 유튜브에는 1분에 23시간 분량의 영상이 쏟아져 들어온다. 네티즌의 시청 시간을 감안하면 엄청난 분량이다. 인터넷 사용자의 지역적 구성도 10년 전과는 딴판이다. 지구촌 16억 명의 사용자 중 6억 명이 아시아에 산다. 중국에만 3억3800만 명이 있다. 구글은 영어 이외의 언어로 된 디지털 정보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51종 언어의 교차 번역이 가능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번역 수준은 언어별로 제각각이지만 수준이 고르게 향상되고 있다.

▶최=모바일 인터넷이 확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모바일 기기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방식,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UI)’다. 앞으로 모바일 인터넷에 적합한 UI는 무엇이 될까.

▶서프=모바일 기기의 디자인은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첨단 UI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있다. 가령 ‘블랙베리’ 스마트폰은 작은 키보드인 ‘쿼티 자판’을 통해 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구글은 아예 파격적인 방식에 관심이 있다. 음성을 이용해 인터넷과 소통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음성으로 말하고 텍스트가 아닌 음성으로 답을 듣는 것이다. 반대로 음성으로 질문을 하면 디스플레이를 통해 답변이 나타나는 형식도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큰 방식은 휴대전화 같은 모바일 기기가 사용자 주변에 있는 대형 스크린 혹은 프로젝터로 자동 연결돼 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최두환 KT 사장(맨 오른쪽)은 서울 구글코리아 회의실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의 구글 본사 빈트 서프 박사(화면 왼쪽)와 영상 대담을 했다. [KT 제공]


▶최=음성 UI는 매우 좋은 아이디어 같다. ‘인비저블 인터넷(Invisible Internet)’ 즉 언제나 갖고 다니지만 보이지 않는 인터넷의 경우에는 음성 이용이 가능할 걸로 보인다.

▶서프=인비저블 인터넷은 정보 제공자가 사람뿐만 아니라 센서나 장비가 될 수 있다. 사용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원하는 정보를 자동 수집해 제공한다. 위치 기반의 무선인터넷이 그런 것이다. 모바일 기기를 지닌 사람의 위치를 글로벌 위성시스템으로 파악해 가까운 병원이나 은행·학교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위치 관련 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넷 진화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사용자들이 자신이 있는 곳이나 궁금한 장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최=생활 곳곳에 인터넷이 스며들고 있다.

▶서프=냉장고·세탁기·오븐·사진액자에 인터넷 정보를 주고받는 네트워크 센서가 달린다. 가정이나 사무실에 점점 더 많은 장비가 들어올 것이다. 우리 집에는 이미 방마다 센서가 설치돼 습도와 조명 밝기 등을 감지하고 조절한다. 와인을 보관하는 셀러처럼 온도·습도에 민감한 방은 센서가 5분마다 관련 정보를 휴대전화로 보내온다. 인터넷은 우리 생활에 가시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최=미래의 인터넷은 네티즌이 지구촌 어디서나 질문하기 전에 원하는 답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UI뿐만 아니라 콘텐트도 중요해진다.

▶서프=구글이 매우 흥미롭게 탐구하는 부분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언젠가는 인터넷과 대화할 수 있기를 꿈꾼다. 사용자가 어떤 특정한 목표를 제시하면 구글은 “아, 당신에게 필요한 정보는 이것입니다” 또는 “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나 답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웹페이지나 책·비디오는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다음과 같은 수준이다. “당신이 이 단어를 물어봤네요. 인터넷에서 관련 페이지를 찾았습니다. 이 책과 비디오는 이 단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단어가 어떤 뜻인지는 모릅니다.”

▶최=한국의 인터넷에 조언해 줄 것이 있다면.

▶서프=한 가지 되묻고 싶다. 한국의 모바일 시장 규모가 왜 일본보다 작은지 궁금하다. 한국에서는 모바일이 일본만큼 인기 있고 무선 데이터 통신의 활용도도 세계 최고일 걸로 여겼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뽐내는 나라 아닌가. 한국의 모바일 시장 상황과 규모는 어떤가. 또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 것으로 보나.

▶최=일본이 앞서간 연유는 역설적으로 한국의 유선인터넷 인프라가 너무 뛰어난 때문이었다. 유선에서 할 수 있는 수준과 무선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의 격차가 너무 컸다. 일본은 PC 기반 유선인터넷의 활성화가 더딘 터에 아예 무선인터넷에서 차세대 경쟁력을 찾은 것이다. 반면 한국의 네티즌은 값싸고 빠른 유선인터넷에 길들어 비싸고 느린 무선인터넷과 쉽사리 친숙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애플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유선인터넷에 버금가는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모바일 인터넷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KT는 이런 국내외 직간접 경험을 토대로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모바일 데이터에 열린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정액제, 부분 정액제 같은 제도를 도입해 요금을 낮추려고 애쓴다. 1년 반 정도면 다시 일본을 앞설 자신이 있다.

▶서프=최 사장 기대가 이뤄지길 기원한다.

특별 취재팀=이원호·김창우·심재우·김진희 기자

◆사용자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사용자가 사물 또는 시스템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다. 노트북 사용자의 인터페이스는 키보드와 마우스인 셈이다. 초창기 PC에서 썼던 천공카드에 비하면 매우 편리해진 셈이다. 최근 나온 윈도 7은 인터페이스 기능으로 멀티 터치까지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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