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그네’ 셋 있어 훈훈한 겨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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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쟁쟁한 ‘나그네’들이 각축을 벌인다. 슈베르트 말년의 가곡 ‘겨울 나그네’가 11~12월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쓸쓸한 시어와 서정적 선율로 인기가 많은 이 작품을 각기 다른 장점을 내세운 ‘성악가+피아니스트’ 세 팀이 공연한다. 모두 성악가만큼이나 무게감 있는 피아니스트를 내세웠다.

◆스타 나그네=세 팀 중 가장 낮은 목소리의 ‘겨울 나그네’다. 바그너의 작품을 주특기로 하는 베이스 연광철(44)씨가 오랜만에 국내 무대에 선다. 1996년부터 바그너 음악의 본고장에서 주역으로 서면서 이름의 가치를 높인 성악가다. 극적인 파워로 바그너의 오페라를 노래해온 연씨가 슈베르트 가곡의 낭만을 어떻게 해석할지 관심사다. 지휘자로 활약하는 정명훈(56)씨는 오랜만에 피아니스트로 호흡을 맞춘다. 정씨의 가곡 연주는 메조 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43)와 2006년 무대 이후 처음이다. 가곡을 듣기에는 큰 편인 2300석 규모의 공연장이 다소 흠이지만 스타 연주자들의 해석이 궁금하다면 선택할 만한 공연이다.

◆가까운 나그네=좀 더 가깝게 연주를 듣고 싶다면 바리톤 정록기(47)와 피아니스트 이미주(49)씨의 ‘겨울 나그네’를 선택할 만하다. 390석의 서울 신문로 금호아트홀에 서는 정록기씨는 1992년 독일 뮌헨 ARD 국제 콩쿠르의 가곡 부문에서 우승하며 데뷔한 가곡 전문 가수다. 정씨는 “크고 화려한 무대를 즐기는 오페라 가수가 있지만 나는 잔잔하고 내면적인 가곡에 항상 마음이 갔다”고 설명했다. 슈만 가곡 콩쿠르, 휴고 볼프 각고 콩쿠르 등의 우승 경력이 정씨의 성향을 증명한다. 베를린 국립음대 교수이며 실내악 연주를 즐기는 이미주씨의 가곡 연주 실력도 볼 수 있는 기회다.

◆오랜 나그네=호흡을 맞춘 기간을 보면 바리톤 박흥우(48)와 피아니스트 신수정(67)씨의 ‘겨울 나그네’가 가장 믿을 만하다. 이들은 2004년 서울 서초동 모차르트홀이 개관한 후 매년 12월 이 작품을 연주했다. 10여 년 전 사적인 자리에서 우연히 나온 아이디어로 시작했고 이번이 여섯 번째다. 박씨의 자연스러운 발성, 신씨의 맛깔스런 타건(打鍵)이 특징적이다. 신씨가 직접 번역해 무대에 올리는 가사와 친절한 해설, 그리고 오랜 우정이 이들만의 장점이다.

▶연광철·정명훈=12월19일 오후 8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12월21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정록기·이미주=11월 26일 오후 8시 서울 금호아트홀

▶박흥우·신수정=12월 30일 오후 7시30분 서울 모차르트홀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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