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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 정신 그림으로 되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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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남영씨가 안중근 의사의 순국 직전 모습을 상상해 그린 그림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림 속 안 의사는 어머니가 보내준 한복을 입고 있다.

“안중근 의사는 민족의 독립과 자주뿐 아니라 동양평화를 주창한 분입니다. 애국자이자 선각자인 그 분의 숭고한 넋을 조금이라도 달래고, 후손들이 그 정신을 느끼고 배우는 데 도움을 주려고 그림으로 그분을 되살려 봤어요.” 중국의 미술가이자 동포사회의 원로 언론인인 남영(69)씨는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앞두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안 의사가 1909년 10월26일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역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렸고, 순국 직전 안 의사 어머니가 손수 지어 보내준 한복을 차려 입은 안 의사의 마지막 모습도 고증을 바탕으로 화폭에 담았다.

전북 익산이 고향인 부모가 일제 치하에 북만주로 이주하면서 하얼빈에서 태어난 남씨는 하얼빈예술학원 미술학부(조각 전공)를 졸업했다.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언론계에 투신해 한글신문인 흑룡강신문 편집국장을 지냈다.

하얼빈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민족사에 남을 안 의사의 쾌거를 소상히 듣고 자란 남씨가 본격적으로 안 의사를 그림으로 그리기로 마음먹은 것은 1985년 무렵.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안 의사의 활약상을 그림으로 재조명할 기회가 생겼어요. 관련 자료를 수집하다 안 의사가 체포되는 장면을 그린 오래된 그림 한 장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일제 패망 이후 중국이 압수해 도서관에 보관해온 그 그림 속에서 안 의사를 고개 숙이고 꿇어앉은 살인범처럼 표현했더군요.”

남씨는 “안 의사의 정의로운 행동을 부정하기 위한 일본제국주의자의 의도가 담긴 그림”이라고 간파했다. 이 때문에 남씨는 안 의사의 정신을 왜곡한 그림을 바로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방면으로 자료조사를 거쳐 안 의사의 이토 저격 순간을 생생하게 표현한 작품 ‘하얼빈역의 총소리’가 탄생했다. 남씨는 이 작품을 포함해 1904년 2월8일 러·일 전쟁부터 1910년 3월26일 안 의사 순국 때까지를 144폭의 그림으로 표현해 지난해 5월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쏘다(민족출판사)』란 책을 펴냈다.

국내에도 많이 소개된 ‘한복 입은 안 의사의 순국 직전 그림’을 그린 이유도 중국 옷을 걸친 죄수의 이미지를 깨고 고고한 지사의 풍모를 되살리기 위해서였다. 2005년엔 뜻있는 이들과 함께 화보집 『안중근과 하얼빈(흑룡강조선민족출판사)』을 공동 간행해 안 의사 알리기에 앞장서왔다.

남씨는 “내년 3월 안 의사 순국 100주년 즈음에 한국에서 안 의사 그림을 전시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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