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군인증언 "고엽제 맨손 살포, 제대후 호흡곤란 증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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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60년대말 비무장 지대 안에서 고엽제를 살포하는 데 동원됐던 군인들은 방제도구도 없이 맨손으로 작업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에 사는 박동순(朴東淳.53)씨는 17일 "지난 68년 5월께 경기도 연천군 모사단 화기분대에서 근무하던 중 고엽제 살포작업에 동원됐었다" 고 밝혔다.

朴씨는 "당시 정모 하사의 지시로 동료 사병 2명과 함께 작업을 했으며 재래식 분무기로 고엽제를 살포하다 작업 효율이 떨어져 양동이에 약품을 타 바가지로 직접 뿌렸다" 고 말했다.

그는 당시 휴전선을 따라 철책을 설치한 다음 철책 북쪽 폭 30여m 안에 있던 잡목 등을 베어낸 뒤 고엽제를 뿌렸다고 증언했다.

朴씨는 "작업을 할 때 '나무가 죽는 약' 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장갑이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작업을 했다" 고 덧붙였다.

그는 67㎏이었던 몸무게가 제대 1년 뒤 62㎏으로 빠졌으며 현재는 57㎏에 불과할 정도로 감량이 되고 호흡곤란과 저혈압 증세에 시달려 농사일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朴씨는 지난해 서울과 광주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받았으나 뚜렷한 병명은 밝혀지지 않았고 기관지가 나쁘다는 말만 의사로부터 들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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