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 우리마을에 설치해도 좋아요" 차산리, 남양주시에 의견서 제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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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주민들이 기피하는 공익시설 조성과 관련, 님비(NIMBY.우리집 뒷마당엔 안된다)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신선한 핌피(PIMFY.우리집 앞마당도 좋다)사례가 만들어졌다.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차산2리 주민들이 '우리 마을에 납골당을 설치해도 좋다' 는 의견서를 남양주시에 제출한 것.

건설업체인 ㈜태흥은 지난해 12월부터 이 마을에 사찰과 2천4백70기의 유골을 봉안할 수 있는 납골당 건립을 추진해왔다.

이에 이 마을 주민들은 "마을 이미지를 훼손하는 '혐오시설' 조성에 동의할 수 없다" 며 남양주시 등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거세게 반발해왔다.

납골당이 들어서면 곧이어 화장장도 건설될 것이라는 우려도 한 몫 했다. 땅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명절이면 납골당을 찾는 방문객들로 빚어질 심각한 교통난도 걱정거리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 열기는 지난 8월부터 반전되기 시작했다. '전 국토의 묘지화를 막기 위해 납골당 시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주민들의 격의없는 대화, 시공업체와 남양주시측의 설득이 주효했다. 결국 지난 9월말까지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큰 납골당 건립 예정지에서 반경 1㎞내에 거주하는 토지 소유주 40명 중 33명이 아무런 조건없이 납골당 건립에 동의했다.

유충준(兪忠濬.45)씨 등 나머지 7명의 토지 소유주는 고심 끝에 더욱 큰 일(?)을 해냈다. 이들은 납골당 건립업체에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방안 등도 검토했으나 납골당 건립에 동의하는 대신 업체측이 마을을 위한 공익사업에 투자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결국 양측은 '납골당 시공업체는 5천만원 규모의 마을 개발사업을 지원하고 화장장은 짓지 않는다' 는 사항에 최종 합의했다.

兪씨는 "우리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것은 관습과 막연한 피해의식이었다" 며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납골당 건립과 화장에 솔선수범했다면 문제는 더욱 쉽게 해결됐을 것" 이라고 말했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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