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리 수카르 지음
김성희 옮김, 알마
320쪽, 1만5000원
대부분의 사람은 유제품을 듬뿍 먹으면 뼈가 단단해지고 피부가 좋아지며 몸매가 날씬해진다고 믿고 있다.
프랑스의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지은이는 여기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그는 세계적인 장수지역인 일본 오키나와의 식단에는 유제품이 없다는 데 주목한다. 노령장애를 겪는 기간은 서구인이 7년인 데 비해 오키나와인은 2년 반에 불과하다. 유제품을 섭취하지 않고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온 것이다.
지은이는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믿음은 낙농업계와 유가공업계의 오랜 판촉과 로비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업계가 지원하고 발표한 연구들이 우유 칼슘이 어린이 성장과 폐경기 여성들의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는 믿음을 심어주면서 우유의 가치를 ‘의약품’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핀란드의 수퍼마켓에서 한 소비자가 당뇨 예방 식품 중의 하나로 널리 알려진 ‘저지방 우유’를 고르고 있다. [중앙포토]
사실 우유가 우리에게 가까워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유럽에서도 19세기 말까지 우유는 버터나 치즈를 만들기 위해 사용했을 뿐이다. 그대로 마시는 건 위험한 일로 간주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군대에 연유 등 통조림 유제품을 납품하던 업계가 전후 이를 어린이용으로 판촉하면서 일반에 확산했다.
30년대 모유가 부족한 엄마를 위해 개발됐던 유제품과 가공식품은 50년대와 60년대 들어 모유를 대체할 수 있는 조제유로 둔갑해 대대적으로 보급됐다. 문제는 모유에는 아이들의 지능발달과 면역에 꼭 필요한 물질이 있어 수유율 감소는 영아 사망률 증가 등 부작용을 낳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하루 필요 칼슘량은 굳이 우유와 유제품을 먹지 않아도 채소와 생선, 그리고 과일과 달걀 노른자에서 섭취할 수 있다는 게 지은이의 지적이다. 건강을 생각한다며 의무적으로 유제품을 먹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은이는 먹는 즐거움 때문에 요구르트와 치즈, 그리고 우유를 섭취하는 것은 두 손 들고 환영한다. 다만, 우유에 편중된 식생활을 다양하고 균형잡힌 식단으로 바로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참고로, 다 자란 다음에도 젖을 마시는 동물은 사람밖에 없다.
채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