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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행 피해 방지, 정부가 나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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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어린이는 그 나라의 미래이며 희망이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개별 성폭행 피해를 넘어 매춘에까지 끌려가 영혼을 짓밟히고 있다.

국내 어린이 성폭행 피해는 신고를 꺼리므로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다만 경찰청의 사건 접수 현황을 보면 2002년 502건(검거 196건), 2003년 724건(301건), 2004년 687건(414건)으로 증가세다.

현재 국회가 성폭행범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도록 한 기존의 법과 수년 정도의 징역형으로 끝나는 기존 법 외에 ‘신상 공개, 20~30년형 중형, 화학적인 거세 등을 통해 사회로부터 완전히 격리하자’는 강화된 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다. 확정범 전에는 얼굴을 공개해선 안 된다”는 등의 궤변도 있어 혼란스럽다. ‘피해자의 인권’ 운운하는 이들은 “피해 어린이가 당신의 가족일 수 있다”는 호소에는 귀를 막고 있는 듯하다.

현행 성폭행 관련 수사는 판단력과 자기의사 표시 능력이 거의 없는 피해 어린이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법에서의 인정도 인색해 결국 피의자의 진술이 우선시되고 있다. 따라서 중형법(重刑法)이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로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어린이가 더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국가와 사회, 가정, 학교 등 모두에게 있다는 강한 메시지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어른들이 온라인·오프라인 모두에서 어린이가 피해자가 되는 성폭력을 부추기거나 자극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17대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을 맡고 있던 2006년에 용산 초등생 피살사건, 2007년엔 제주 초등생 피살사건이 있었다. 그때마다 사건 현장을 찾아 가족을 위로했다. 서글프게도 어린이 성범죄는 2008년 혜진·예슬양 피살, 2009년 조두순 사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 성범죄 발생 때마다 우리 사회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흥분하다가 망각해 버린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현역의원 시절 “미성년자 성폭력 미수범(未遂犯)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내용의 형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그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어린이 성폭력범에 대한 처벌 조항의 신설·강화’를 여성부·법무부에 주문했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오늘의 어른들은 어린 시절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사랑을 배웠지만, ‘망각’하는 정도를 넘어 성범죄자가 되어 어린 영혼을 짓밟고 있다. 이번 대통령의 의지 표명은 어린이 성폭력 피해 방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어린이 대상 성범죄자를 우리 사회로부터 영원히 추방시킬 수 있는 국민법(國民法)이 만들어져야 한다. 동시에 “이를 반대하는 자들까지 격리시켜야 한다”는 피해자 가족과 사회 일각의 주장도 결코 가볍게 들어선 안 된다.

문희 한국여약사회 명예회장 17대 국회 여성가족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