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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룡씨 등단 37년만에 첫 수상…'평심'으로 김동리문학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난해하고 유장한 문체,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철학적 사유로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온 소설가 박상륭(59.사진)씨가 난생 처음 문학상을 받는다.

올 봄 펴낸 창작집 '평심' 의 표제작 '평심' 이 제2회 김동리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63년 '사상계' 에 실린 작품 '아겔다마' 로 등단한 뒤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독자들에게 '사람' 없이 '작품' 만으로 존재했던 작가는 지난 여름 30년만에 영구 귀국했다.

올 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박상륭문학제' 에 이은 이번 수상은 소수 매니아급 독자들을 중심으로 읽혀온 박상륭문학에 대한 우리 문학계의 뒤늦은 환영 인사인 셈이다.

작가가 수상소식을 들은 것은 이달초 딸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캐나다를 방문한 동안. 12월까지 머물려던 일정을 앞당겨 서울에 막 도착, 여독이 채 풀리지 않은 작가는 기자의 축하인사에 예의 느릿하고도 진중한 목소리로 "상을 받는 게 그렇게 좋은 일입니까" 하고 물었다.

등단작 '아겔다마' 가 사상계 신인상에 당선이 아니라 가작 입선이었으니 "문학상에 관한한 동정을 지켜왔다" 는 것이 작가의 말. 그의 말마따나 "상을 줘야 할 나이에 쑥스럽게 받는" 상으로 동정을 깨뜨리게 된 데는, 서라벌예대 시절 김동리선생 밑에서 함께 배운 소설가 이문구(김동리기념사업회장)씨의 압력 아닌 압력이 작용한 모양이다.

평론가 김윤식(서울대 국문과교수)씨와 함께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최일남씨는 "무미건조한듯 하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맛이 나는 박상륭작품을 보면서 이런 문학도 있구나 깨달았다" 면서 "그의 웅숭깊은 샘에는 아직도 솟아날 수량이 많을 듯하다" 고 말했다.

상금 1천5백만원의 김동리문학상은 고인의 3주기인 작년 후배 문인들이 제정, 서정인씨의 중편 '베네치아에서 만난 사람' 을 첫수상작으로 뽑았다.

시상식은 11월24일 한국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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