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순 '우리정도'사장, 도금업계 새바람 몰고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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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 도금(鍍金)의 역사를 새로 쓰겠습니다. " 지난 7월 충북 청주의 한 주택가에 둥지를 튼 '우리정도(精鍍)' 라는 도금회사가 창업 반년도 안돼 삼성.현대 등 굴지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반도체 도금업계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회사는 첫 직장부터 반도체 도금을 맡아 15년간 한 우물을 판 장태순(張泰淳.39)사장과 역시 이 분야에서만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든 회사다.

이 회사의 장기는 정밀도금으로, 특히 반도체 제조 마지막 공정에 해당되는 리드 프레임 도금 부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초정밀부품인 반도체 특성상 도금 분포에 조그만 오차가 있어도 안된다. 최근 품질조사에서 불량률이 1백만개당 30개(기준은 60개)가량으로 나타나 관련업계를 놀라게 했다.

여기에다 도금 전문가들이 창업했다는 소식이 소문을 타며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외로부터 주문이 몰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공장을 가동해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미 2000년도 작업분량까지 확보된 상태. 현재 증설 중인 생산라인 4개가 완공되면 월 7천만개의 반도체를 도금할 수 있다. 이는 아남.삼성.현대에 이은 4위의 생산량.

"도금은 한국산업의 '아킬레스건' 입니다. 설계나 제작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는데 표면처리가 미흡해 제값을 못받는 것이지요. "

張사장은 "도금은 기술수준이 높아질수록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적으면서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고 강조한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 회사에는 도금공장 하면 연상되는 지저분한 이미지가 전혀 없으며,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도 민원이 없다.

이 회사는 청주시의 최근 환경영향평가에서도 배출물이 기준치의 10분의1에도 못미쳐 칭찬받기까지 했다.

張사장은 "반도체에서 익힌 하이테크를 일반 산업계에도 적용해 우리 산업의 전체적인 수준을 올리는 데 최선?다하겠다" 는 포부를 밝혔다.

청주〓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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