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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대권 후보 3인 미묘한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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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31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한나라당 소속 시.도지사 회의. 박근혜(얼굴(左)) 대표가 회의장에 들어서자 이명박(얼굴(中)) 서울시장과 손학규(얼굴(右)) 경기지사 등 참석자들이 기립박수를 치며 맞았다. 박 대표와 손 지사는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했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은 이에 앞서 열린 수도 이전 문제 토론회에서 인사를 나눴지만 서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박 대표 ‘뿅망치’ 데이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자신의 홈페이지 100만1번째 방문자인 권순호(中)군의 친구 등과 함께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공동취재단

당 내에선 이 세 사람의 관계가 미묘하다. 모두 차기 대선 주자의 후보로 분류되기 때문에 서로 은근한 경쟁심리를 갖고 있다. 이 시장과 손 지사는 그간 "박 대표가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미지근한 대응을 해 왔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사석에선 박 대표의 리더십을 비판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이 시장.손 지사를 따르는 의원들도 제법 있다. '박근혜 불가론'을 수차례 얘기한 이재오 의원의 경우 이 시장과 가까운 사이다. 박 대표에 대한 이 의원의 공세가 계속되자 박 대표는 최근 그동안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대표를 흔든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이는 이명박 시장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는 게 당 내의 해석이다.

세 사람의 복잡 미묘한 관계는 이날 회의에서도 드러났다. 손 지사는 박 대표를 겨냥해 가시 있는 얘기를 했다. "과거사 문제는 국민을 보고 처리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박 대표가 아버지의 문제 때문에 개인적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었다.

반면 이 시장은 민감한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그저 지방 분권화가 필요하다는 말만 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래서 "박 대표가 이재오 의원에게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한 당직자는 이날 모임을 두고 "(대선 주자 간) 탐색전"이라고 했다. 이렇듯 한나라당에선 매사를 차기 경쟁이란 맥락에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고정애.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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