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늦가을 가족나들이 가볼만한 곳]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8면

입동도 이틀이 지났다. 절기로만 따지면 벌써 겨울이다. 가뜩이나 짧은 가을이 더욱 짧게 느껴진다. 노적가리만 남은 황량한 들판에는 가으내 '훠이훠이' 참새를 쫓던 허수아비가 전설처럼 남아있다. 새삼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늦가을에 떠나는 여행지는 온통 갈색 세상이다. 마음에 저절로 갈색추억이 담겨질 정도다.

낙엽에는 냄새가 있고, 소리가 있고, 색깔이 있다. 진한 커피향처럼 비선(鼻腺)을 자극하는 내음도 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마저 감미롭다.

'경기의 금강' 으로 불리는 용문산(양평군용문면)은 만추의 서정을 느낄 만한 가족 나들이 코스다. 팔당대교를 거쳐 새로 포장된 국도 6호선을 달리면 한강변의 정취가 물씬 풍겨온다. 새벽녘에는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또다른 정취를 느끼게한다. 용문산으로 향하는 도로변 들판 곳곳에는 허수아비가 반긴다.

용문사로 오르는 오솔길에는 늦가을 단풍과 낙엽이 찾는 이를 반긴다.

가을 산사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오솔길. 고단한 삶의 여정을 되돌아보고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다 보면 어느덧 늦가을이 깊어만 간다.

만추는 용문사 입구에 든든히 서 있는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에 이르러 절정으로 치닫는다. 수령 1천1백년, 높이 41m에 달하는 은행나무.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란 가을이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하듯 우수수 떨어진다. 장관이다.

가족과 함께 늦가을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는 서울 근교의 왕릉과 사찰 등이 손꼽힌다.

▶아침고요수목원(경기도가평군〓영화 '편지' 의 촬영장소로 유명해진 곳. 산 좋고 물 맑은 가평의 깊숙한 산골에 조성, 다양한 수목들이 테마별로 구성돼 아기자기한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경춘가도를 타고 춘천방향으로 달리다 청평을 지나 현리쪽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광릉(경기도남양주시)〓울창한 숲으로 유명한 광릉은 조선 7대 세조와 정희왕후의 능이다. 광릉입구에서 능에 이르는 10리길은 한아름이나 되는 수령 2백년 이상의 고목들이 터널을 이룬다. 특히 늦가을에는 발아래 낙엽들이 곱게 깔려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가는 길은 의정부와 퇴계원을 거치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용주사(경기도화성군)〓절 자체보다 인근 숲이 연출하는 가을 정취가 더 유명하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능인 융.건릉이 있는데 낙엽길이 그만이다. 11월이면 낙엽이 사찰내 가득 바람에 흩날려 보는 사람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오산 IC(인터체인지)로 진입해 국도 1호선을 이용, 수원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이정표가 나온다.

▶동구릉(경기도구리시)〓태조 이성계의 건원릉를 비롯, 5대 문종과 현덕왕후가 묻힌 현릉 등 9개의 능이 있다. 동구릉은 노송림과 상수리나무 숲으로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능과 능 사이로 난 오솔길은 만추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이밖에 가을이면 생각나는 영화 '만추' 의 무대였던 충북 청주시의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도 늦가을이면 가볼만한 곳이다. 경치가 뛰어나고 운치있는 계룡산 갑사도 늦가을을 즐기기엔 더없는 곳이다.

김현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