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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도시는 가라, '명품 도시'가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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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지하도가 별이 빛나는 작은 우주공간으로 변한 아산 동신초교 지하도(왼쪽). 회색 콘크리트 벽이 아이들의 그림으로 새 옷을 입은 아산 배미동 삼정백조아파트 외벽. [사진=조영회 기자]

온양온천이 한때 전국 최고의 관광도시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 네온사인으로 밤거리를 밝혔지만 이젠 다르다. 도심 곳곳에 예술적 가치가 살아 있는 디자인이 입혀지고 있다. 아산시가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는 공공시설물 디자인 사업 덕이다.

사업초기만 해도 ‘그런가 보다’하던 시민들이 이제는 더 적극적이다. 거대한 흉물로만 보이던 마을 옹벽과 석축에 벽화가 그려졌다. 마을 사람들이 붓을 들고 함께 나서 벽화를 그렸다. 아산시의 ‘명품도시 만들기’ 프로젝트가 효과를 내고 있다.

프로젝트의 총사령탑은 강희복 아산시장. 강 시장은 “아산시가 전국 최고의 디자인 도시로 성장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아산시는 20일 건설국장 특별 브리핑에서 디자인 도시의 마스터 플랜을 선 보였다.

6월부터 최근까지 아산시가 이른바 공공시설물 디자인 사업에 쏟아 부은 예산이 3억원을 넘어섰다. 고가도로·철도 경관 개선사업에 1억7700만원, 우리 동네 가꾸기 조성사업에 9700만원, 지하도 갤러리화 사업에 3700만원이 사업비가 들어갔다.

불과 5~6개월 사이에 도심 곳곳에 변화가 생겨났다. 콘크리트·철골이 그대로 드러나 있던 남동고가철도와 신창고가도로는 아산의 역사와 문화가 배어 있는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거듭났다. 특히 남동고가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휘호와 거북선을 접목한 디자인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진행된 우리 동네 가꾸기 사업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온양온천역 뒤 옹벽 등 5개소가 탈바꿈을 했다. 거대한 흉물처럼 여겨지던 옹벽과 석축이 입체적인 공공 예술작품으로 거듭났다.

남녀노소 전체 마을 주민들이 서로 붓을 들고 페인트를 칠하며 만들어 낸 작품이다. 배미동 삼정백조아파트 주민 50여 명은 벽화를 완성하고 가진 준공식에서 강희복 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3700만원이 들어간 동신초교 지하도는 갤러리가 됐다. 어둡고 음침했던 지하도가 지역주민들의 미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작은 갤러리로 변신했다.

명품도시를 만들기 위한 아산시의 노력은 2004년 이후부터 시작됐다.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도시경관심의를 만들어 올 9월 현재까지 1421건의 건축물 심의를 벌였다. 건축 인허가 시점부터 주변 경관과 이미지에 맞는 설계를 요구했다. 건축업자의 이해와 충돌하면서 민원도 많았다. 2007년에는 경관기본계획을 수립했고, 충남 최초로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했다. 건축디자인 2명, 시각디자인 1명, 공공디자인 1명 등 디자인을 전공한 전문 인력을 채용했다. 건축설계자문단도 운영했다.

지난 20일 최정현 아산시 건설국장의 브리핑 모습 [아산시 제공].

이를 바탕으로 5억250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온궁로 간판이 아름다운 시범거리 조성 사업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지식경제부 ‘공공디자인 개발사업’에 선정돼 1억1000만원을 지원 받게 됐다. 시는 총 3억원의 예산을 들여 온양온천역 주변에 문화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또 충남도 ‘공공디자인 공모’에서 최우수로 선정돼 온양온천역 주변 상가 간판을 정비할 예정이다. 도비포함 3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밖에 올 2월 행정안전부가 전국 지자체의 옥외광고 업무 전반을 평가는 ‘옥외광고물 진흥’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국토환경 디자인 시범사업 공모’에 ‘도시 속에 초록빛 씨앗을 뿌리다’로 응모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선정이 결정되면 1억원의 국비를 지원 받는다.

최정현 아산시 건설국장은 “아산은 오래 전부터 문화관광도시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여기에 디자인 도시라는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올해는 도심에만 사업이 진행됐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읍·면·동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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