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미술상 수상 손장섭씨 기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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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윤동주 시인은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 '쉽게 씌어진 시' )라고 노래했다.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줄 알면서도 한줄 시를 적어 볼까" 하는 괴로움은 시인만의 것이 아니라 아픔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공통된 것일 듯 싶다.

10~28일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제 10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 기념전을 갖는 손장섭(58)씨. 80년대 민중미술 진영에서 활동하며 풍경화 속에 동시대 민중의 고단한 인생역정을 담는 작업으로 이름을 알려온 작가다. 좋은 경치를 놓고 음풍농월하는 식의 풍경을 그리기에는 암울하기만 하던 때 그의 풍경화는 다름아닌 역사화였다.

지난해 금호미술상을 받아 대규모 초대전을 가졌던 그가 이번에는 올 들어 금강산을 답사한 결과물을 들고 나왔다. 올해 미술계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던 '금강산 붐' 이 그랬듯 금강산 그림에는 시대적 무게보다는 전통의 명산이 갖는 자연적 아름다움이 두드러진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는 그가 "현실과 역사와 정면대결하면서 명실공히 풍경을 그릴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획득했다" 는 평가를 내린다. 다소 거창한 수사(修辭)이긴 하지만, 삶의 무게를 내면에서 소화하는 성실한 세월을 거쳤기에 대대로 화가들의 단골 스케치 장소가 됐던 금강산이라는 대상을 부담없이 묘사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부담없는' 묘사의 비밀은 울퉁불퉁 요철(凹凸)이 느껴지는 닥종이판에 있다. 우둘투둘한 닥종이 위에 유화 물감을 겹쳐 칠하고 또 덧칠하는 과정에서 박수근의 것과 같은 특유의 화면이 만들어진다.

이번에 그가 새로 시도한 이 기법은 금강산의 절벽과 폭포가 이루는 절경을 더욱 독창성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밖에 종이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엷게 채색한 작품들은 담백한 것이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02'02-724-6328.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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