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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맛집 ④ "박 전 대통령이 맛있다며 싸달라고 하셨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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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인 1979년 10월 26일 밤. 궁정동 안가에서 울린 몇 발의 총성은 대한민국 역사의 전환점이 됐다. 심복 중 심복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이른바 '10·26 사건'이다. 바로 이날 박 대통령은 충남 예산의 한 식당에서 갈비로 점심식사를 했다. 소복갈비가 바로 그것이다. 소복식당의 김성열(61)대표는 "우리 집 갈비가 참 맛있다고 경호원 시켜서 싸가지고 가셨는데…"라며 그날을 회고했다.

“대통령께서 맛있다고 싸가셨죠”

충청남도 예산에 위치한 ‘소복식당’은 한우의 담백한 맛과 달콤한 양념의 조화로 유명하다. ‘소복식당’ 갈비맛의 명성은 오래 전부터 청와대까지 알려져 역대 대통령들도 한 번씩은 꼭 방문했다. 그중 제일 먼저 이곳을 방문한 현직은 바로 박정희 대통령.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은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충남을 방문했다. 이때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 바로 ‘양념갈비’. 소복식당의 김성열 대표는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박 대통령께서 우리 집에 방문하시기 며칠 전에 연락이 왔어요. 그때부터 군·경찰은 물론이고 청와대 경호실까지 와서 위험물 탐지 검사를 하더라고요. 당일에는 똑같은 차량 여섯 대가 와서 대통령이 어느 차에 타고 계시는지도 몰랐어요.”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이 끝난 후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날 저녁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의 총을 맞았다. “정말 놀랐죠. 분명히 그날 낮에 오셨는데 며칠 후에 그날 밤 서거하신 것을 알았어요." 현직 대통령이 다녀간 집인데도 소복식당에는 여느 집처럼 대통령과 주인이 함께 찍은 '방문 기념 증명사진'이 없다. 이유를 물었다. 김 대표의 답은 명쾌하다. "감히…, 그런 개념조차 없을 때였지요" 그러고 보면 요즘은 세상이 참 좋아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 농산물 중 ○○가 가장 구하기 어려워요

박정희 대통령이 마지막 맛본 진미. 이 ‘소복갈비’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 맛의 비밀은 바로 ‘암소한우’와 ‘국내산 양념’. 소복식당에서 사용하는 갈비는 암소한우 것만을 사용한다. 수입 소에 비해 한우가 다소 질긴 편이기 때문에 꼭 부드러운 암소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 양념갈비의 맛을 좌우하는 소스는 순수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한다. 또한 고추장·된장·간장은 직접 소복식당에서 담근다. “저희 식당은 짝갈비를 구입해서 사용합니다. 암소 짝갈비의 경우 기름기가 많아 정작 사용할 수 있는 것은 60%정도밖에 안돼요. 간장 역시 직접 담가야 제 맛이 나죠. 다른 건 다 구할 수 있는데 딱 하나, 국산 참깨가 구하기 힘들어요. 참깨 농사가 수지 타산이 잘 맞지 않아 농사를 잘 짓지 않거든요.”

선거법 때문에 갈비탕 손해보고 팔아

벌써 3대째 내려오는 ‘소복식당’은 그 역사가 이미 60여년이 흘렀다. 홀몸으로 닷새 장터에서 막걸리에 해장국을 파는 목로주점을 시작한 고모 김복순씨에서 어머니 이수남씨를 거쳐 오늘에 이른 소복식당에는 수많은 손님들이 이곳의 갈비 맛을 보고 갔다. 박정희, 전두환, 김영삼, 노무현 등의 전직 대통령들은 물론 국회의원들까지 소복식당을 향한 발걸음은 끝이 없다.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이 꼭 저희 식당을 이용해 주세요.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지난 대선 때 저희 식당에 오셨었죠. 그 당시 선거운동원의 경우 밥값이 1인당 5000원을 넘을 수 없는 선거법 때문에 싼 갈비탕을 드시고 가셨습니다. 그때 갈비탕이 6000원이었는데, 예약 당시 선거법 이야기를 듣고 깎아드렸죠. 손해 봤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 집에 오신 손님인데…”

가장 큰 성공비결은 ‘정직함’

60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낼 수 있는 비결을 김성열 대표에게 물었다. “수입소를 쓰면 부드럽긴 해요. 하지만 냉동고기이기 때문에 양념이 잘 배지 않죠. 그래서 깊은 맛이 나지 않아요. 맛에 관한 부분은 저보다 손님들께서 더 먼저 아세요. 먹을 것이 부족했던 옛날과 달리 지금은 맛있는 것이 많잖아요. 늘 한결같은 재료와 정성으로 해도 저희 집은 예전 맛밖에 안 나는 거죠. 그래도 그 맛이 좋아 소복식당을 찾아주시는 손님들에게 ‘정직’하게 장사해야죠.” 웃을 소(笑)에 복 복(福)자를 쓰는 소복식당의 김 대표는 앞으로도 이곳 예산군민은 물론이고, 입소문으로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도 지금의 맛과 정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뉴스방송팀 최영기,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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