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조성한 64조원의 공적자금이 올해로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 다급해진 정부는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정부 보유주식 현물출자까지 동원하기로 했지만 투입할 수 있는 주식이 2조~3조원에 불과해 공적자금 수요에 크게 부족하다.
이에 따라 내년에 공적자금의 추가 조성이 필요할 전망이지만 총선과 국민적 거부감 등을 감안할 때 국회 동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7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64조원의 공적자금 중 올해 가용자금은 남은 재원 8조8천억원과 일단 투입했다가 회수한 재원 8조7천억원 등 17조5천억원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가야 할 소요자금은 ▶은행권 손실보전 3조2천억원 ▶생보사 등 제2금융권 부실처리 7조2천억원▶화의(和議)등에 들어간 기업채권 정산 3조9천억원▶한국.대한투신 자본확충 1조5천억원▶성업공사의 투신사 보유 대우채권 매입 7조~8조원 등 줄잡아 24조원으로 6조원 이상이 부족하리란 예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한국.대한투신에 담배인삼공사.기업은행 등 정부보유 주식을 현물로 넣고, 성업공사는 대우채권 매입을 위해 무보증채권을 발행하거나 현금 대신 자산담보부채권(ABS)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렇게 넘긴다 해도 내년에도 금융 구조조정에 10조~15조원이 필요한데 뾰족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내년에 제일.서울은행의 부실채권 정리에 2조~3조원이 필요하고 ▶대한생명에도 1조원 안팎을 더 넣어야 하며▶서울보증보험에도 2조원을 투입해야 한다.
대우 부실채권을 떠안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못맞추는 일부 은행에도 수혈해야 한다. 게다가 내년 7월 채권시가평가제가 도입되면 투신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내년말로 현행 예금자 보호제도가 끝나기에 앞서 또 한차례 불어닥칠 금융기관 합병에도 공적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 중 약 10조원을 회수해 다시 돌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부동산과 주식시장 여건이 불투명하다. 결국 부족한 재원은 정부주식 현물출자 등 다른 방식으로 메워야 하지만 동원 가능한 주식도 2조~3조원에 불과하다.
황진우(黃鎭宇)한화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내년에 공적자금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기존 투입자금에 대한 회수계획을 치밀히 세우고 새로운 금융부실이 쌓이지 않도록 금융권 내부의 시스템 개혁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 공적자금이란〓금융부실을 털어내는데 쓰기 위해 무자본 특수법인인 예금보험공사와 정부출자기관인 성업공사가 3~7년 만기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10월말 현재 예금보험공사채권 43조5천억원, 성업공사(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 20조5천억원 등 64조원이 발행됐으며 8조8천억원의 자금이 남아있다.
채권 발행기관이 갚지 못하면 보증을 선 정부가 대신 갚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국가채무이긴 하지만 이 돈이 전액 정부예산에서 나가는 것은 아니며 공공관리기금과도 다르다.
김광기.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