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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밝히려면 나와야" 이종찬씨·정형근위원 출두거부 따가운 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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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 소환에 불응한 국민회의 이종찬(李鍾贊)부총재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 대한 비판이 따갑다. 두 사람의 출두 거부로 숨가쁘게 진행되던 진상규명에 급제동이 걸린 탓이다.

이들은 나름대로 핑계를 대곤 있다. "피고소인인 鄭의원도 조사하지 않고 참고인을 부른다는 것은 상식밖이나 검찰청 아닌 제3의 장소라면 받겠다" (李부총재), "면책특권이 보장된 국회 발언과 연장선상의 발언들을 문제삼는 것은 부당하다" (鄭의원).

그러나 이런 태도를 두고 각계에선 "의혹 규명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무시한 처사" 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인 임영화(林榮和)변호사는 "출석 의무가 없더라도 제3, 제4의 의문이 계속되는 국민적 의혹사건인 만큼 공인으로서 즉각 출두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언론장악 문건이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가공할 공작이 정말로 실행됐는지를 가리기 위해 반드시 조사에 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그러나 강제로 데려올 방법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李부총재는 참고인 신분이어서 원칙적으로 강제소환이 불가능하다.

현행법은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의 참고인에 한해 강제구인을 허용하고 있다. 李부총재가 밝힌 '제3의 장소에서의 조사' 는 검찰로선 받지 못할 '카드' 다. 다른 관계인과의 형평성 시비가 일게 뻔하기 때문이다.

鄭의원의 경우 명예훼손사건의 피고소인이지만 의원에 대한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란 '갑옷' 을 입고 있다.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을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 동의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다" 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어서 이론적으론 국회 동의를 얻어 억지로 데려올 순 있으나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

鄭의원의 혐의를 상당부분 밝혀낸 뒤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받아 내야 하나 뚜렷한 증거가 없어 쉽지 않다.

'세풍' 사건의 주역으로 몰렸던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던 전례에 비춰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이로 인해 검찰은 "두 사람의 출석을 언론에서 촉구해달라" 고 요청할 정도로 여론에 떼밀려 이들이 제발로 들어오기만을 기대하는 형편이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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