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미국의 대통령 만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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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워싱턴을 찾는 이들이 으레 던지는 질문도 대선 전망이다. 그 때마다 기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고 답변한다.

우선 민주.공화 양당 후보들 가운데 선두를 달리는 고어 부통령.브래들리 전 상원의원.부시 주지사.매케인 상원의원 모두 인물 됨됨이가 준수하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또 미국이 대통령 한 개인에 휘둘리는 사회가 아니라 시스템에 따라 도도히 흘러가는 체제여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아무튼 현재로선 미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각당의 후보 선출 절차와 1년 남짓한 캠페인 모두가 '준비된 대통령' 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이미 준비된 후보를 다지고 다져 대통령직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인물로 다듬어내는 과정이 미국의 대선이라 할 수 있다.

후보들은 전국을 누비며 여론을 경청하고, 주요 이슈별로 입장을 밝혀 이익집단의 지지를 끌어낸다. 언론 매체 앞에서 공개토론을 벌여 유권자들의 검증도 받는다.

주요 언론들은 기획기사와 사설.여론조사 등을 통해 여러 후보 가운데 승산없는 사람들이 명예롭게 중도하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이 정도 준비된 절차라면 함량미달의 정치인이나 몇몇 파벌 대표의 야합에 의해 엉뚱한 후보가 대선에 나서는 경우는 생각할 수 없다.

워싱턴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별 의미없는 대선 전망보다 정당 내 경선절차, 언론의 담금질 과정, 이익단체들의 찬반대립 등을 통해 준비된 대통령을 만들어가는 총체적 과정에 더욱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그래야 한국에서도 대충 뽑아놓고 뒤늦게 오래 후회하는 일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각제 시행 여부가 변수여서 3년 뒤 우리에게 다시 대선을 치를 기회가 올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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