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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박물관 교육 적극 활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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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1세기를 바라보는 요즘 우리는 폭력문화에 휩싸여 있다. 냉전체제의 종식 이후 등장한 영토.민족.종교와 관련된 대립구도들의 심화로 인해 지구촌에서는 여전히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문화의 다양성 및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유엔은 2000년을 '세계 평화의 문화 해' 로, 2001년을 '문명간 대화의 해' 로 지정했다. 다가오는 21세기가 '국제적인 교류' 를 강조하는 만큼 국제이해교육은 이제 필수불가결한 것이 됐다.

국제이해교육은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 자신의 문화에 대한 정체성 확립, 인권.평화.민주주의.관용에 대한 이해, 환경.빈곤.물.식량.에너지 문제와 같은 전세계적 난관 등에 대한 인식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이뤄지는 국제이해교육만으로는 이처럼 다양한 주제와 내용들을 충분히 담아낼 수 없다. 결국 학교 밖의 다양한 학습공간을 국제이해교육의 장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박물관은 국제이해교육을 위한 가장 적절한 장소다. 박물관은 인간.문화.자연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며,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지식을 엮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공간이다.

지난 74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이해.협력.평화를 위한 교육과 인권, 기본 자유에 관한 교육 권고문' 에서도 박물관을 국제이해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제5차 세계성인교육회의(97년)에서도 함부르크 선언을 통해 박물관을 교육공간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외국 박물관들은 학교교육과 연계해 다양한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미국 캔자스 주립 인류학박물관의 마야문명 관련 프로그램, 미국 보스턴 어린이박물관의 신발을 통한 다른 문화 이해 프로그램, 영국 대영박물관의 화폐 관련 프로그램,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교육.문화프로그램 등 사례는 무수히 많다.

우리 박물관도 국내외 화폐.집.가면.그릇.옷.악기.의례.무기.우표 등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 소재들을 소장하고 있다.

각 소재들에 대한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자료와 더불어 학생들이 박물관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가장 바람직한 국제이해교육의 한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이런 인식 속에서 교육부의 지원 아래 박물관을 활용한 국제이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지역사회의 여러 박물관이 학생들을 위한 국제이해교육 체험학습장으로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길 바란다. 교실교육의 벽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국제이해교육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박물관을 이리저리 둘러보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학교와 박물관에서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체제가 활성화돼야 한다.

학교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다양한 국제이해교육적 실례들을 박물관이 대신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우선 교육자들이 박물관의 교육적 역할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박물관을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물관은 교육소재를 체계적으로 수집.전시하고 소장품의 양보다는 교육활동의 질을 중요시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김종훈(金宗勳.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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