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떨군 국민회의…이대행 '가장 강력하고 진중한 사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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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회의가 고개를 숙였다. "문건이 중앙일보 간부에 의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고 했던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의 공식발표(지난 26일)가 명백히 잘못된 것임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한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29일 국회 총재실에서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국민회의 당3역회의에서 신속하게 이뤄졌다. 李대행은 李대변인의 경위 보고를 들은 뒤 "가장 강력하고 진중한 사과의 표현을 하라" 고 주문했다.

李대변인은 곧바로 사과 문안을 작성한 뒤 李대행과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박상천(朴相千)총무.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김옥두(金玉斗)총재비서실장 등 참석자들에게 검토를 요청했다. 李대행 등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보다 확실한 사과의 메시지를 전달하라" 고 주문했고 李대변인은 문안을 수정한 뒤 발표했다.

"제보자가 중앙일보 간부라는 발표는 착오며, 중앙일보에 대해 명예훼손을 가져온 데 대해 공식으로 사과한다" 는 게 사과의 요지였다. 李대변인은 착오를 일으키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작성자가 중앙일보 기자였고, 鄭의원이 비보도를 전제로 '언론사 간부에게서 문건을 전달받았다' 고 했으며, 당에 걸려온 제보를 염두에 둔 상식적인 판단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위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한 당직자는 "근거 없는 전달설을 퍼뜨리는 바람에 작성자와 제보자를 허위로 발설한 鄭의원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스스로 떨어뜨렸다" 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같은 구 여권 출신으로 이종찬 부총재와 가까운 사이인 李대변인이 그를 엄호하기 위해 일부러 초점을 흐린 것이 아니냐" 는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또 여권이 언론탄압 논란으로 궁지에 빠진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앙일보 전달설을 발표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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