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토론 헐뜯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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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공화.민주당내 대권 도전자들의 입이 점차 험악해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앨 고어 부통령과 빌 브래들리가 27일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첫 TV토론 생중계에 참석해 공방전을 벌였고, 공화당에서는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 존 매케인 상원의원, 출판업계 거부 스티브 포브스 등이 뒤엉켜 서로 인신공격을 퍼붓고 있다.

TV토론에서 두 대선주자들은 '클린턴 벗어나기와 고어 흠집내기' 전략으로 맞섰다. 고어가 강조한 대목은 자신도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을 증오한다는 것. 그는 "여러분이 느끼듯 나 역시 대통령의 스캔들에 분노를 느낀다" 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 과거는 잊고 새로운 미래로 나가자" 고 부연했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서 발목을 잡게 될 사안에 대해 미리 클린턴과의 단절을 천명하고 유권자들의 동정심을 끌어내려는 전략이었다.

그러자 브래들리는 96년 불법 대선자금 모금 스캔들을 일으킨 고어의 약점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고어 부통령이 사용한 선거자금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과거를 어떻게 바꾼단 말인가" 라고 반문했다.

또 "나의 리더십이 미국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에게 한 표 던지시지" 라고 약을 올리기도 했다.

공화당내 이전투구는 더욱 가관이다. 매케인은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부시를 따라잡기 시작하자 부시 진영이 애리조나 주지사와 짜고 자신의 '과격한 성격문제' 를 선거쟁점화하려 하고 있다고 25일 주장했다.

그러나 부시측은 "얼토당토않은 소리" 라고 되받아쳤다. 26일에는 부시측이 선거자금 지출내역을 부정확하게 보고했다는 포브스측의 주장에 부시 진영은 '사실 왜곡' 이라고 반박했고, 그러자 포브스측이 또다시 역공에 나섰다.

포브스측은 부시 진영이 TV광고에서 텍사스 주정부의 지출증가율을 40년 이래 최저로 줄였다며 "성공적인 지도자" 로 부각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광고문안을 고치든지 방영을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공화당내 비방전에 대해 워싱턴 타임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동료를 헐뜯지 말라" 는 계명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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