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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요리] 전남 무안군 김호씨 '운저리꼬챙이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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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다른 지역에서는 망둥이가 맛없는 생선이라고 천대를 받지만 전남 무안군 월두부락(용정리)해변에서 잡히는 것은 '운저리' 란 별칭으로 예부터 특별 대접을 받았지요. 제사는 물론 집안 대소사를 치를 때 빠지지 않아요. "

지난 22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남도음식문화축제의 특별행사로 마련된 전통음식 요리콘테스트에서 본선에 오른 시.도대표 15명을 젖히고 '운저리꼬챙이찜' 으로 대상을 차지한 김호(55.여.전남 무안군 청계면)씨.

그는 "옛날 사대부 집안에서나 해먹던 것을 전통음식으로 치는 것은 곤란하다" 며 "운저리꼬챙이찜 같은 평민들이 즐기던 음식이 외면당하는 것이 안타깝다" 고 말했다. 운저리는 보통 망둥이보다 머리가 약간 작다.

김씨는 무안 양정초등학교 어린이 1백여 명의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조리사. 음식에 깐깐한 친정어머니 때문에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전부터 철철이 전통음식 만드는 법을 접했다.

'여자는 모름지기 음식을 제대로 해야 한다' 는 가르침에 따라 한글도 모르던 다섯 살 때부터 한과 만드는 일을 거들어 대학(서양화) 들어갈 즈음엔 어머니의 모든 요리실력을 전수받았단다.

이 때문인지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조리사 자격증에 도전했지만 3개월 준비로 거뜬히 성공했다.

지난 96년부터는 전국에서 열리는 음식행사에 틈틈이 연구한 전통음식을 출품해 이미 30여 개의 상을 수상했다.

"운저리찜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잘 먹여줘서 고맙다며 만들어온 음식을 재현한 것뿐입니다. 다른 조리비결이 있다면 양념장을 새롭게 만들고 두 번 찐 것밖에 없어요. "

출품작 가운데 전통과 지역특성을 반영하고 영양도 풍부하며 전국적으로 일반화할 수 있는 음식으로 가장 뛰어났다는 평을 받은 작품인데도 겸손을 보인다.

"이 나이에 희망이라면 어머니가 물려 준 참죽부각튀김 조리법을 전통조리로 지정받아 기능보유자가 되는 것입니다. " 아직도 할 일이 많다는 김씨의 말이다.

[만드는 법]

▶재료〓운저리(큰 것)4마리, 꼬챙이 2개, 고춧가루.다진 쪽파 각 1큰술, 검정깨.참깨 각 1작은술, 실고추 약간, 양념장(물엿.간장 각 5큰술, 전통간장 2큰술, 다시마 1장, 멸치 10g, 생강과 마늘 약간씩)

▶조리순서 〓 ① 살아있는 운저리를 소금물에 3~4시간 담가 놓는다. ②내장을 꺼내고 손질해 머리와 꼬리부분을 꼬챙이로 끼운다. ③양념장 재료를 함께 넣어 너무 짜지 않게 졸인다. ④운저리에 양념장을 골고루 발라 찜통에 찐다. ⑤살짝 찐 운저리에 고춧가루 등 남은 재료를 예쁘게 얹고 양념장을 다시 발라 한번 더 쪄 낸다.

순천〓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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