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중앙일보 추진 '정보화 사업'… 저소득층 자녀 대상 강좌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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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컴퓨터를 가진 친구들이 인터넷 얘기를 하면 슬쩍 자리를 비켰어요. 눈물이 나면서 속상하기도 했지만 고생하시는 아빠 생각에 꾹 참았죠. 이젠 학원에서 무료로 컴퓨터를 배울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

구리시 교문 사거리에 위치한 고려정보처리학원 4층 컴퓨터 실습실. 20대 언니와 30대 아저씨 틈바구니에서 고사리 손으로 연신 마우스를 움직이는 이혜란(가명.10.B초등학교 3년)양. 요즘 李양은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달려간다. 정보통신부.한국학원총연합회.중앙일보가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이달부터 실시하는 무료 컴퓨터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그동안 컴퓨터를 만질 수 없었던 李양이 이번에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건설 근로자로 일하는 아버지와 동사무소 공공근로에 다니는 어머니, 그리고 여섯 살 된 남동생이 李양의 가족. "동생은 엄마따라 다니기 때문에 낮에는 저 혼자 있지만 학원 다니는 재미로 요즘은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집에서 학원까지 가는 길이 교통이 복잡한 데다 그 거리가 30분은 족히 걸리지만 몸이 아프거나 비가 오더라도 학원을 빠지는 일이 없다는 게 李양의 얘기. '아래아 한글 97' 과정에 입문한 李양은 "열심히 윈도와 인터넷도 배워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다" 며 환하게 웃었다.

李양은 요즘 컴퓨터를 장만하는 작은 꿈을 갖고 있다. 강의가 끝나면 더 이상 컴퓨터를 만질 수 없어 아쉽기 때문. 잘 때도 낮에 컴퓨터 앞에서 공부하던 생각이 날 정도라는 것.

구리시 K중 2년생인 민유원(가명.15)군도 이 학원의 무료강의 학생. 아버지가 IMF사태로 직장을 잃어 PC를 산다는 것은 꿈에나 생각할 일. 그래서 친구들이 컴퓨터게임 얘기만 하면 뒷전으로 빠지곤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청에서 컴퓨터 실습실을 만들었다고 해서 달려 갔어요. 마우스를 들고 작동해 보는 데 얼마나 좋았는지 눈물이 다 났죠. "

그때부터 시청을 들락거리며 컴퓨터를 배웠던 閔군은 이번에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 과정을 신청해 듣고 있다.

그의 꿈은 인터넷을 활용해 동서양의 다양한 요리법을 배워 세계 최고의 요리사가 되는 것이다.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대비해 정부가 실시 중인 '국민 정보화사업' 이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컴퓨터 교육의 기회를 주는 등 국민 모두가 정보화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특히 국민정보화사업이 열기를 더해 가면서 전국의 체신청이나 대상 학원들은 요즘 몰려드는 문의전화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정통부의 서병조 과장은 "전국의 체신청이 다른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로 전화통에 불이 난다" 며 "이달에만 3천여명이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 소개했다.

고려정보처리학원의 이병철(李丙哲.45)원장도 "무료 수강생이 전체 학생 3백50여명 중 50명에 이른다" 며 "오는 11, 12월에 예약한 학생도 많다" 고 말했다.

李원장은 특히 "대상 학생들이 컴퓨터를 만지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하고 보람을 느꼈다" 며 "다만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교육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그래서 이 학원에서는 유.무료교육을 본인들에 알리지 않고 별도의 반편성도 하지 않았다. 저소득층 자녀 컴퓨터 교육은 전국의 체신청과 학원들이 다음달 중순까지 추가로 신청을 받는다.

문의는 한국정보문화센터(02-3660-2574)나 지역 체신청으로 하면 된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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