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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마케팅…액세서리 찾는 남성 늘어 전문 매장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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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 원빈.에릭과 같은 예쁜 얼굴에 몸매 좋은 꽃미남이 올 패션업계의 화두다. 세련된 꽃미남이 되려는 남자들이 자신을 꾸미면서 패션업계도 그동안 관심을 끌지 못했던 남성 패션 시장에 활기차게 도전장을 내고 있다.

'해맑은 얼굴에 근육질 몸매'.

이 시대 꽃미남을 한마디로 설명하는 말이다. 데이비드 베컴.안정환.권상우.비.원빈.에릭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꽃미남의 또 하나 공통점은 타고난 미남이라기보다는 꾸미고 다듬어야 하는 '소비형 남성상'이라는 점이다. 화장품.패션업계가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맑은 표정에다 미소년 같은 얼굴을 살리기 위해선 뽀얀 피부가 생명. 이를 위해 기초 화장품에 얼굴 마사지는 기본이다. 몸매는 군살 없고 탄력적인 근육질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한다. 과거 실베스터 스탤런 유(類)의 우락부락한 근육질이 아니라 날씬하게 균형잡힌 꽃미남들은 몸의 곡선을 잘 보여주기 위해 아름다운 셔츠를 입어야 한다.

'꾸미는 남성'들은 올 봄부터 '메트로 섹슈얼' 흐름을 타고 여성을 능가하는 소비 주체로 떠올랐다. 화장품 업계는 새로운 남성용 화장품을 내놓았고, 백화점은 남성 전용 액세서리 코너를 선보였다. 올 가을 의류.화장품.신발.액세서리 업계의 주제가 '남성들의 아름다워지려는 욕망 부추기기' 처럼 보일 정도다.

◆ 메트로 섹슈얼은 진화한다=올 봄부터 남성옷을 휩쓴 꽃무늬.핑크와 빨강색의 셔츠 등은 전형적인 메트로 섹슈얼 패션이다. 메트로 섹슈얼은 대도시에 살면서 미용과 패션에 관심이 많고, 소비성향이 강한 남성들을 일컫는 말. 여성보다 더 여성스러운 소비성향을 보이는 뉴욕 남성들의 패션 경향에서 출발해 올 초 한국에 상륙했다.

이 흐름은 남성용 옷.액세서리 등이 여성의 것과 구별이 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TV 드라마에서 지나치게 가슴을 풀어헤친 셔츠 차림의 '김남진 패션'은 올 봄부터 그대로 거리에 재현됐다. 목선을 깊이 파 가슴의 곡선을 보여주는, 이른바 크리비지룩이 새로운 경향. 화려한 셔츠에 넥타이만 달랑 매고 저고리를 입지 않거나, 넥타이를 매지 않은 채 단추를 3~4개 풀어헤치고 수트를 입는 등 옷 입기 방식도 다양해졌다. 목걸이.귀걸이.반지 등도 작고 예뻐졌다. 남성 액세서리도 과거처럼 굵고 남성적인 장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올 초 국내에 도입된 메트로 섹슈얼 패션의 전형은 '베컴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가을부터는 스타일이 더 다양해지고 화려해질 조짐이다. 아예 '여자옷을 입는 남자' 시대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코오롱 패션 주선희 디자인실장은 "이제 패션에서 여성과 남성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며 "예쁜 남자들이 과거처럼 경원시되거나 놀림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꾸미는 남자를 공략하라='꾸미는 남자'들에게 패션업계가 본격적인 구애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30일 백화점 업계에선 처음으로 본점.잠실.분당점에 남성 액세서리 전문 매장의 문을 열었다. 상반기 남성 잡화 매출이 부문별로 6~9%씩 오른 데다 액세서리를 찾는 남성들이 늘면서 전문매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패션 주얼리업체인 미니골드도 이달 남성용 액세서리를 대거 출시했다. 가는 체인에 작은 펜던트를 부착한 목걸이나, 다이아몬드 귀걸이, 깊이 파인 목선에 딱 떨어지는 목걸이 등 최근 패션 경향에 맞도록 디자인한 것들이다.

올 봄 2종의 꽃무늬 셔츠를 내놓았던 LG패션은 예상 밖의 인기에 힘입어 여름철엔 7종으로 늘렸고, 가을철에는 화려한 셔츠 물량을 여름철보다 400% 늘리기로 했다. 코오롱 패션은 핑크 계열이 많았던 꽃무늬 셔츠를 보라.노랑.초록 등으로 더욱 다양화하고, 강렬한 줄무늬 재킷 등으로 더욱 강한 색상과 화려한 무늬를 선보일 계획이다.

LG패션 관계자는 "점점 화려하고 강한 것을 찾는 남자 고객이 많아져 더 대담한 디자인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에선 남성들의 뽀얀 피부를 위한 미백.주름개선 등 기능성 화장품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태평양의 마스크 팩 '미래파'가 하루 400개 이상 팔려나가면서 코리아나.애경 등도 마스크 팩을 출시했다. 비오템.태평양도 주름개선용 에센스를 내놨다. 피부의 잡티 등을 가려주는 남성용 컬러로션(한국화장품)도 인기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 페이스샵. 미샤 등 저가 화장품업체들도 남성 화장품 라인을 4~5개로 늘리며, 마사지용 팩과 기능성 화장품 등을 골고루 선보이고 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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