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증권사 인가…뒷말 나올까 조심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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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설립인가가 나올까. "

재정경제부로부터 금융기관 인허가권을 넘겨받은 뒤 첫 증권사 설립인가를 결정하게 된 금융감독위원회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그동안 새로운 금융기관이 탄생할 때마다 워낙 많은 잡음이 쏟아졌기 때문에 새 인가권자에게 기대를 하면서도 걱정을 떨치지 못한 것.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20일 이같은 불신을 씻어내고자 인가과정에서 처음으로 청문절차를 도입했다. 신청회사를 불러 금감위.증권선물위원회 위원들이 질문하고 계획 등을 듣는 자리를 마련, 과거 주무부처 담당자들이 서류만으로 일방적인 결정을 내린 폐해를 줄이고 회사의 소명기회를 충분히 살리겠다는 취지다.

청문회에 참석한 회사는 나라종금.중앙종금.한국종합기술금융(KTB).미래에셋자산운용.국민증권중개(가칭) 등 5개사. 나라.중앙종금과 미래에셋은 자본금 5백억원 규모의 종합증권사를, KTB는 3백억원, 고려증권 출신들이 만든 국민증권중개는 50억원으로 일부 업무만을 신청했다.

뒤늦게 신청한 이트레이드증권중개(가칭)는 나중에 청문절차를 갖기로 했다.

이날 청문회는 당초 2시간 정도로 진행될 계획이었으나 5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또 인가과정의 잡음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회사 담당자들에게 청문회 내용에 대한 '특별 함구령' 도 내렸다.

위원들은 이 자리에서 ▶신설사가 경쟁속에서 어떤 영업전략을 갖고 시장확보를 할 수 있겠는가 ▶리스크 관리 등 조직운영은 무엇인가 ▶추후 증자계획은 무엇이고 어떻게 달성하겠는가 등 회사별로 구체적인 사항을 캐물어 회사 담당자들이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청문절차를 마쳤다고 금감위의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중앙종금은 지난번 국정감사에서 김석기 사장의 골드뱅크 연루설이 제기됐고, 나라종금은 대우의 지분참여가 걱정되고 있으며, 전자거래를 하겠다는 회사는 보완성 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기 때문.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부실우려가 없는지 회사능력도 보고 이미 퇴출 증권사들을 경험했던 증권시장의 파급효과 등도 고려해 볼 때 모두 설립인가가 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 며 인가여부에 대한 부담을 전달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청인의 소명을 듣고 합의제 기관이 의견을 종합해 인가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환영할 일" 이라면서도 "단순히 여러 사람이 참여만 하고 형식적인 통과의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제도를 정착시키고 결과 등을 공개해 시장에서 수긍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고 말했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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