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목되는 앞으로의 인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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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20일 인도네시아 국회인 국민협의회(MPR)가 실시한 대통령선거에서 압두라만 와히드가 당선됐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1945년 독립 이래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68년 친공(親共)쿠데타 진압을 계기로 권력을 장악해 30년 이상 계속돼온 수하르토 철권(鐵拳)통치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민주국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앞으로 수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

이번 인도네시아 대통령선거에는 당초 집권 골카르당 후보인 바하루딘 하비비 현대통령을 비롯해 3명이 출마할 예정이었으나 막판에 하비비 대통령이 출마를 포기함으로써 제1당인 민주투쟁당(PDIP)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와 국민각성당(PKB)의 와히드가 맞대결했다.

메가와티는 국민지지도 면에서 와히드에 앞섰지만 MPR내 세(勢)부족으로 무릎을 꿇었다. 메가와티의 패인(敗因)은 골카르당을 비롯한 MPR내 반(反)메가와티 연합전선과 와히드가 이끄는 이슬람세력이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신임 와히드 대통령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우선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야기된 정국혼란을 조속히 수습함과 동시에 경제난을 극복해야 한다. 예상대로 메가와티를 지지하는 세력의 시위가 계속돼 사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97년 동남아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동티모르 독립으로 촉발된 아체.이리안자바 등의 분리독립운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엔 와히드 대통령은 허약해 보인다. 이슬람지도자라는 경력말고는 정치.경제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별로 없다.

건강도 문제다. 뇌졸중으로 두번 쓰러진 후유증으로 시력을 거의 잃었을 뿐 아니라 옆에서 부축해주지 않으면 보행이 어려운 상태다. 현지에선 이같은 점들을 고려해 와히드 대통령은 '상징적 대통령'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부통령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부통령으로 거명되는 인물로는 대통령선거에 실패한 메가와티와 위란토 국방장관이 있다.

특히 위란토는 막강한 실력자로 군부와 반메가와티 연합전선의 중핵(中核)을 차지하고 있다. 위란토가 부통령이 될 경우 과거 수하르토 시절의 군사통치가 사실상 재현되는 것으로, 민주화세력 특히 지난해 수하르토를 실각시키는 데 중심역할을 한 학생세력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대국(2억2천만명)이자 면적이 한반도의 9배에 달하는 대국이다. 그만큼 이 나라의 안정은 동남아뿐 아니라 전체 아시아의 안정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우리나라로서도 투자액이 1백2억달러, 교민이 1만명에 이르는 등 관심이 큰 나라다.

인도네시아가 하루 빨리 정국불안정과 민족.종교간 갈등을 극복하고 안정을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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