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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휴식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36호 11면

가을 숲이 깊습니다. 정오를 향한 햇살이 깊은 숲에 빛을 새깁니다.
들판의 가을빛은 풍요로움으로 다가오고,
숲의 가을빛은 ‘쉼’으로 다가옵니다. 이제는 쉴 때입니다.
대다수의 나무가 찬란했던 청록빛을 영예롭게 보내고
붉은빛, 누런빛으로 자신을 치장합니다.
치장의 끝은 모든 것을 비워낸 알몸입니다.
긴 휴식, 실제적인 휴식은 우리에게도 필요합니다.
성장이나 발전을 향해 쉼 없이 달리는 우리들도
한 번쯤은 알몸으로 돌아갈 날을 성찰해야 합니다.
나무가 자신의 에너지를 뿌리에 모으듯 호흡을 아랫배에 모으고
눈을 감아봅니다. 찬란했다는 청록빛 인생이
어느덧 누런빛으로 물들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갑니다.
가을 숲이 이제 시작합니다. 성숙의 시간이고, 성찰의 시간입니다.
거침없이 올라가던 시간의 포물선이 그 끝을 다해
변곡점을 돌아 내려가는 그럴 때입니다.
그것이 하루 일 수도, 일 년 일 수도, 인생 전부 일 수도 있습니다.

[PHOTO ESSAY]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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