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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올린 특검제] 변호사·검사 연합팀 묻혀진 진상 캐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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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의 강원일(姜原一), 옷로비 사건의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가 18, 19일 각각 사무실 입소식을 가졌다.

특검호(號)가 미지의 땅을 향해 항해를 시작한 것이다. 과연 어디쯤에서 닻을 내릴지 관심이다.

특별검사의 1차수사 시한은 한달로 규정돼 있으나 30일간 연장이 가능하다.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연장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특검제의 성패는 오는 12월 17일을 전후해 판가름날 것 같다.

특검팀들은 일종의 '드림팀' 으로 구성됐다. 명망 있는 변호사들이 특별검사와 검사보를 맡았으며, 인권운동을 벌이던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현직 검사들에다 특별검사가 직접 지명한 수사관들까지 충원됐으니 막강 연합군이 결성된 셈이다.

문제는 '호화군단' 이 어떤 열매를 맺느냐는 것이다. 특별검사와 검찰은 일종의 제로섬(zero-sum)관계여서 어느 한 쪽이 플러스면 반대 쪽은 그만큼 마이너스가 돼야 할 처지다.

만일 검찰이 밝혀내지 못한 새롭고 중대한 사실을 특검팀들이 캐내면 검찰의 위상은 곤두박질하게 된다. 앞으로 일만 터지면 "특별검사에게 맡기자" 는 여론이 비등할 게 뻔하다.

반대로 온갖 지원과 성원을 받고도 별 성과물을 내놓지 못하면 특검제 도입 주장은 쑥 들어가게 될 것이다. 첫 단추인지라 검찰과 특검팀 모두 중압감을 느끼는 눈치다.

법조계에선 옷로비 쪽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한다. 특검팀이 단순히 검찰총장 부인이 옷을 팔에 걸쳤느냐, 입었느냐 혹은 장관 부인네들이 옷가게 라스포사에 간 날이 정확히 며칠이냐는 것 등만을 규명하고 끝낼 것 같지는 않다.

이미 검찰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규명돼 있다. 문제는 동일한 사실관계라 할지라도 실정법 위배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린 부분에 대해 특검팀이 혐의를 인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특검제법은 수사 범위를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옷로비 사건 특검팀은 사직동 조사팀의 내사자료 제출을 요구할 방침이어서 이를 둘러싸고 적잖은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더구나 내사자료를 통해 '감춰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엄청난 파문이 예상된다.

파업유도 사건은 검찰 조사대로 단순히 진형구(秦炯九)전 대검 공안부장의 과잉 의욕이었는지, 아니면 그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게 관건이다. 이 역시 검찰이나 다른 행정부처의 조직적 개입이 밝혀진다면 엄청난 여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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