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 다시 내각제로 U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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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종필(金鍾泌.JP)총리가 다시 내각제 카드를 빼든 배경을 놓고 정치권이 수군대고 있다. 金총리는 지난 16일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이 지역 기관장과 사회단체 대표들을 만나 "내년 총선 후에 강력하게 내각제를 구현할 것" 이라며 "내각제 구현이 자민련의 목적이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밀고 나갈 것" 이라고 강조했다.

총리 비서실은 이날 별도의 총리 연설문을 준비하지 않았다. 金총리가 지역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하겠다고 미리 언질을 주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金총리는 유독 내각제 실현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이다. 물론 金총리는 내각제 언급 외에 "당에 복귀하면 박태준(朴泰俊)총재 밑으로 갈 것" 이라고도 했고 "합당은 난상토론을 거쳐 당론이 결정되면 당원으로서 따르겠다" 는 말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은 공동여당간 합당론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金총리가 재차 내각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행사에 참석했던 자민련의 한 의원은 "마치 내년 총선 유세 때 할 말을 미리 하는 것 같았다" 고 했다.

그는 "최근 충청지역 민심이 흔들리는 이유가 JP의 '내각제 연내 개헌 포기' 에서 비롯된 만큼 내각제의 불길이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강조함으로써 민심의 반전을 꾀하려는 뜻으로 보였다" 고 전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또다른 해석들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오히려 청와대와 국민회의에 대한 메시지로 봐야 한다" 고 했다. 합당이 총선 승리를 위한 것인 만큼 선거에서 불거질 '내각제 개헌' 약속 위반 공세를 막고 야당내 내각제 세력을 끌어안을 카드로 신당에 내각제를 접목시켜야 한다는 우회적 메시지라는 것이다.

때문에 JP의 내각제 발언은 당내용이면서 동시에 신당의 밑그림에 대한 주문이라는 얘기다.

지난 14일 DJT 연쇄회동과 함께 합당문제의 결론이 연말로 미뤄진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 그러나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은 "내각제는 이미 물 건너간 것" 이라고 일축했다.

박승희.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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