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성적 올려주기'여전…교육부 징계 말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고교 1학년생 시험을 쉽게 출제하는 방식으로 성적을 올려주려는 현상이 최근 각 학교의 중간고사에도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지난 1학기때 쉽게 출제하기.성적 부풀리기 실태를 조사해 책임자를 문책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 징계를 받은 학교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자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시험을 마친 서울 H고교 1학년 수학과목의 경우 평균성적이 88점으로 확인됐다.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절반이 넘는 학급도 나올 정도여서 이들이 학기말 고사에서도 같은 성적을 받는다면 '수' 로 평가된다.

이 학교 한 학생은 "교과서 문제가 그대로 출제돼 답만 암기하고도 점수를 잘 받은 학생도 있었다" 고 말했다. 현재 2학년생의 지난해 중간고사 수학성적은 평균 70점대여서 무려 10점 이상 뛴 셈이다.

출제 교사는 "수능시험도 교과서내에서 출제되는 것 아니냐" 며 "교과서 내용대로 출제했을 뿐" 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2002학년도 대학입시 개혁에 해당되는 고교 1학년의 경우 시험 난이도와 관계없이 만점의 90% 이상 성적을 받으면 '수' 를 주고, 60% 미만을 받으면 무조건 '가' 를 주는 등 절대평가방식으로 학생부 성적을 매기기 때문이다.

서울 K고교의 영어시험 역시 출제 예상 범위를 알려주고 예상문제 1백개를 내준 뒤 그 가운데서 문제를 똑같이 출제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지난 학기엔 노골적으로 문제를 쉽게 냈으며 이번 학기에도 드러내지 않았을 뿐 쉽게 출제하기는 여전하다" 고 말했다.

배재고 박상준 교사는 "이같은 쉬운 문제 출제 및 성적 올려주기로 인해 고교 교육이 황폐화될 것이라고 교육부에 여러 차례 건의서를 올렸으나 번번이 '과도기적 현상' 이라고 답변해왔다" 고 말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실장은 "어렵게 출제하는 학교와 쉽게 출제하는 학교, 우수학생들이 많이 모인 특수목적고교와 일반고 모두가 학생부 성적을 놓고 신뢰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며 "교사들 사이에서도 절대평가제에 대한 불만이 점차 커지고 있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