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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공무원, 지방공기업 임원 '싹쓸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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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시 기초자치단체의 퇴직공무원들이 96년 이후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지방공기업의 임원자리를 '싹쓸이' 하고 있다.

또 경기도 과천시가 시민회관 공단화를 추진하고 있어 행정기관의 구조조정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방공기업의 이같은 행태는 공직사회 구조조정에 역행할 뿐더러 효율성과 경영마인드를 추구하는 설립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 실태〓강남구가 지난 8월 설립한 강남구도시관리공단의 이사장에는 강남구 부구청장으로 재직하다 7월 중순에 퇴직한 A씨가 임용됐다. 상임이사로 선임된 B씨도 이 구의 건설교통국장 출신. A.B씨는 2002년 6월까지 3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강남구 관계자는 "구조조정 와중에도 정년을 거의 다 채우고 새로운 자리까지 보장받아 억세게 운좋은 분들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고 전했다. 도봉구가 올초 설립한 주식회사 도봉의 이사장.전무.감사 자리에도 부구청장.서울시의원.구 감사관 출신이 각각 차지했다. 이같은 실정은 다른 구청 공기업 임원자리도 마찬가지.

▶종로구 시설관리공단(98년 1월 설립) 이사장과 이사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마포개발공사 사업이사 ▶송파개발공사 사장 등도 모두 서울시와 구청 공무원 출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북.강동.용산.영등포등 8개 구는 새로운 공사설립을 준비중이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시민회관의 경우는 공단화 추진을 놓고 과천시와 의회가 마찰을 빚고 있는 사례.

지난 95년 문을 연 이후 체육시설부문을 민간 위탁 운영해 온 과천시는 내년부터 '시민회관 관리공단' 을 설립할 계획이다. "공공성을 살리기위해서는 공단화가 불가피하다" 는게 시의 입장.

그러나 시의회는 "연간 20억원이상 적자가 나는 시민회관을 공단화하려는 것은 예산낭비일 뿐아니라 퇴출공무원의 자리를 마련해 주려는 의도가 짙다" 며 반대하고 있다.

시는 지난달 말 시민회관의 공단화 안을 확정, 의회에 상정했으나 의회측은 이를 보류시켰다. 시는 오는 20일 열리는 정기의회에 이를 재상정할 예정이어서 시와 의회와의 마찰이 재연될 조짐이다.

◇ 대책은 없나〓행정개혁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인 황성돈(黃聖敦)외국어대 교수는 "공기업이 퇴직공무원들의 '자리보험' 으로 전락하고 있다" 며 "정부와 지자체의 구조조정 노력에도 명백히 어긋나는 처사" 라고 지적했다.

黃교수는 "지난해말 '책임운영기관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이 마련된 만큼 중앙정부 공기업뿐아니라 지자체들도 조례를 제정해 임원을 공개채용하는 등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고 제안했다.

행정자치부 공기업과 관계자는 "매년 실시하는 경영진단을 통해 방만한 지방공기업은 기구감축.임원해임 명령을 내리겠다" 고 말했다.

정재헌.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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