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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악착같이 승부’‘배운 대로 할 것’… 사제지간 지략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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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스승께서 한번 봐주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조범현 KIA 감독)

“지면 스승의 가치가 없어진다. 악착같이 해야지.” (김성근 SK 감독)

1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09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장. 16일부터 한국시리즈 패권을 놓고 다투는 사제지간의 김성근(67) SK 와이번스 감독과 조범현(49) KIA 타이거즈 감독이 경쟁자가 돼 선전을 다짐했다.

조범현 감독은 “SK와 명승부를 펼쳐 명가 타이거즈를 재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KIA는 두산과 달리 선발 투수가 좋기 때문에 두산과는 다른 양상으로 싸움이 펼쳐질 것이다. 경기의 흐름을 잡아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스승 김성근 vs 제자 조범현=조 감독은 “정규 시즌을 마치고 3주 동안 휴식과 훈련을 병행했다. 1차전에서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경기 감각을 찾느냐가 관건”이라고 예상했다. 김 감독은 “어제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른 뒤 인천에서 광주로 새벽에 이동했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스승이 봐주지 않겠느냐”는 조 감독의 농담에 김 감독은 “승부는 승부니까 이겨야 한다”고 받아쳤다. 김 감독이 충암고 감독(1977년)-OB 코치(82~83년)-OB 감독(84~88년)-쌍방울 감독(95~99년)을 지낼 때 조 감독은 충암고 선수-OB 선수-쌍방울 배터리 코치였다. 이처럼 김 감독은 30년 넘도록 조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그러나 SK 사령탑으로는 조 감독이 선임이다. 조 감독은 2003년부터 SK 지휘봉을 잡았고, 4년 뒤인 2007년 김성근 감독에게 자리를 넘겼다. 그래서 올해 한국시리즈는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두 사령탑의 지략 대결로도 볼 수 있다.

◆21세기 최강 vs 20세기 최강=SK는 페넌트레이스 막판 19연승을 달리고도 1위를 KIA에 빼앗겼다. 그러나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패를 당한 뒤 3연승을 달렸을 만큼 저력 있는 팀이다.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KIA에 비해 체력 소모가 있었지만 김 감독은 “7차전까지 간다고 본다. SK에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7·2008년 정규시즌 1위,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낸 SK는 타력과 투수력, 전술 모두에서 21세기 최강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재현은 “플레이오프 5경기는 오히려 상승세를 타는 계기가 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KIA는 전신이었던 해태 시절 아홉 차례나 우승한 뒤 97년을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2005년과 2007년엔 최하위로 추락했다. 지난해 6위였던 KIA는 올해 윤석민(9승7세이브)·로페즈(14승5패)·구톰슨(13승4패)·양현종(12승5패)으로 구성된 탄탄한 선발진과 김상현(36홈런·127타점)·최희섭(33홈런·100타점) 쌍포가 폭발하면서 1위에 올랐다. 김상훈은 “SK를 꺾고 우승해야 진짜 챔피언이다. KIA 팬들에게 1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물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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