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초점] "긴급감청 영장 허가율 97%"…법사위 여야의원 추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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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4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수사기관의 도.감청 남용문제를 들고 나왔다.

화제는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 자택 전화에 설치된 도청방지 장치로부터 시작됐다. 자민련 함석재(咸錫宰)의원은 "국가기관이 불법 도.감청을 않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검찰총장부터 집에 설치한 비화기를 제거한 뒤 국민에게 국가기관의 불법 도청이 없다고 말해봐라" 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감청 대상자가 불상인데도 긴급감청을 허용하고 피의자의 동료 노조원과 동거녀, 친구의 집전화까지 감청을 요청했다" 고 하나하나 사례를 제시하며 수사기관의 '마구잡이 감청' 을 추궁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감청 신청이 법원에서 걸러지지 않는 점을 파고들었다. 국민회의 조순형(趙舜衡)의원은 "지난해와 올 상반기 감청영장 허가율은 각각 98.9%, 97.9%" 라며 "검찰이 청구하는 감청영장이나 긴급감청영장에 대해 법원의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 지적했다.

자민련 송업교(宋業敎)의원은 "수사기관은 통상 한건의 영장청구서에 수십개까지의 감청 대상을 기재한다.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감청 대상과 범위를 한정하는 규정이 없어 수사기관의 불법 도.감청이 합법화되고 있다" 고 강도를 높였다.

국가정보원이 민간 불법 도청기 제작업자로부터 도청기를 구매했던 사실도 도마에 올랐다. 국민회의 조찬형(趙贊衡)의원은 "국정원이 밀매업자로부터 불법 도청기를 구입한 경위를 철저하게 수사해 불법이 드러나면 엄중 처벌해야 한다" 고 강조했고,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의원도 "검찰은 국정원과 경찰 등 다른 기관의 불법 도청에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고 촉구했다.

국민회의 조홍규(趙洪奎)의원은 "결국 수사기관들이 편한 수사의 관행에만 익숙해져 불필요한 감청을 남용하는 것" 이라며 "이를 막으려면 검찰 스스로 감청실태 보고서를 만들어 공개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송업교 의원은 "지금 '국민의 소리를 엿듣는 국민의 정부' 라는 말이 돈다" 며 "검찰은 엿듣는 것이 아니라 진정 국민의 소리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들어야 할 것" 이라고 꼬집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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