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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띠 장쩌민-용띠 주룽지 용쟁호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중국 정가에 용쟁호투(龍爭虎鬪)가 벌어지고 있다.

용띠(28년생)의 주룽지(朱鎔基)총리와 호랑이띠(26년)인 장쩌민(江澤民)주석간의 알력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갈등은 외교와 개혁의 속도를 둘러싼 마찰에서 비롯되고 있다. 두 사람이 힘을 모았던 용등호약(龍騰虎躍)시대가 끝장났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 발단〓외교문제는 朱총리의 방미(지난 4월)때 불거졌다. 핵기술 절취 시비 등으로 중국내 대미(對美)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강행된 朱총리의 방문이 별 성과없이 끝났던 것. 원로와 반대파로부터 저자세 외교였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여기에 江주석이 가세했다.

朱총리는 또 중단없는 개혁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수많은 샤강(下崗.정리휴직)노동자가 발생하며 사회불안이 높아졌다. 지방정부들이 대거 朱총리에게 반기를 들고 리펑(李鵬)전인대상임위원장도 朱총리의 지나친 국유기업 개혁조치를 강력히 비난했다.

◇ 갈등〓 "경제는 朱총리에게 물어보라" 던 江주석은 이제 국유기업 개혁은 우방궈(吳邦?부총리에게, 세계무역기구(WTO)가입 협상은 대외무역경제합작부 스광성(石廣生)부장에게 넘겨졌다.

증권분야도 원자바오(溫家寶)부총리 관할로 이양됐다. 모두 江주석쪽 사람들이다. 개혁에 앞서 안정을 선택한 江주석이 경제를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힘을 잃은 朱총리는 자주 베이징(北京)을 떠나 민생시찰을 하며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아파트 단지를 방문했고 이달초엔 선전(深□)을 찾아 서민들을 챙겼다.

"밀수범은 모두 죽이라" 던 강경어조는 "생활이 어떠신가" 라는 부드러운 톤으로 바뀌었다.

◇ 전망〓향후 경제가 최대 변수다. 江주석의 경제팀이 성공할 경우 불같은 성격의 朱총리는 이름뿐인 총리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게 중국 정가의 관측이다. 그러나 경제가 미끄럼을 타면 朱총리는 컴백할 전망이이다.

江주석은 최근 '朱를 쓰자니 화가 나고 리란칭(李嵐淸.부총리)을 대타로 내세우자니 답답해 죽겠다' 는 뜻의 '치쓰런 지쓰런(氣死人 急死人)' 이란 말을 되뇌고 있다. 江주석의 고뇌가 서린 말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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