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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에 공원에 우후죽순 골프연습장 건립 마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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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6일 오전 6시 30분쯤 서울 도봉구 창동 주공아파트 4단지 초안산 근린공원. 주민 1백50여명과 골프연습장 건설회사 직원 수십명이 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직원들은 포크레인을 가로 막은채 "아예 나를 밟고 넘어가라" 고 항의하는 주민들을 달랑 들어 멀찍이 옮겨놨다.

골프붐이 일면서 서울 시내 골프연습장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골프연습장이 주거지역과 근린공원과 같은 녹지대에 마구 들어서면서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 현황〓90년대초까지 한 해 4~5건에 불과하던 서울 시내 골프연습장 건립허가가 96년 이후 올 8월까지 모두 52건에 이른다. 한해 평균 13건이 신규 허가된 것이다.

완공된 연습장만 지난해까지 모두 1백16개. 골프연습장이 늘어나는 것 만큼이나 주민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창동 주공아파트 4.17단지와 삼성아파트 주민들은 시공업체가 포크레인을 동원, 착공에 들어간 지난 8월 24일부터 철야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도봉구 관계자는 "93년 서울시의 공원조성계획과 98년 시공업체를 상대로 한 행정심판에서 졌기 때문에 법적으로 막을 도리가 없다" 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의 공원조성계획이 무리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시는 당초 초안산에 두 곳의 연습장 건립을 허가했지만 96.98년 계획 변경으로 두 곳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감사원은 "골프연습장이 과다 허용됐다" 고 지적했다. 주거지역에 건립되는 골프연습장을 둘러싼 마찰도 빈번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청화아파트 주민 40여 가구는 인근 골프연습장이 지난 8월 태풍으로 무너진 철탑을 다시 세워 연습장을 재개장하려하자 대책위원회를 구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87년 연습장 개장 당시 3년간만 영업하겠다는 각서를 공증까지 받았다" 며 "새벽부터 밤늦도록 계속되는 타격 소음.배기가스.야간조명 공해를 더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 문제점〓골프연습장의 주거환경 침해.환경파괴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법적 제재 장치는 너무도 허술하다. 현재 건축법 시행령에 따르면 골프연습장은 일반음식점.탁구장.스포츠센터와 같이 2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전용주거지역과 미관지구 이외 지역에선 건립에 제한이 없다.

해발 1백50m에 불과한 초안산에 모두 5개 연습장이 들어서는 것처럼 건축법만 지키면 공원부지에 들어서더라도 별다는 제한이 없다.

방향감각을 잃은 서울시의 환경보존정책도 골프연습장의 무분별한 건립을 부채질하고 있다.

녹색연합 김현철(金炫哲)사무국장은 "서울시가 한쪽에서는 1천만그루 나무심기운동을 펼치고 딴 곳서는 골프연습장을 건립해 환경 파괴를 일삼고 있다" 며 반발했다.

지난 4월에야 시는 도시공원법 시행규칙을 변경, 면적이 10만㎡ 이하인 공원에는 골프연습장을 한 곳에만 지을 수 있다는 규정을 새로 넣었다.

그러나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강남구 청담근린공원 등 시내 11개 근린공원에 골프연습장이 성업중이며 앞으로 4~5개 가량의 골프장이 더 건립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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