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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1세기 공군력의 중요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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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 1일은 국군의 날이자 공군창건 50주년이었다. 대체로 군에 대한 의견과 격려는 많지만 따로 공군을 말하는 사람은 적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공군의 중요성에 대해 따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1949년 10월 1일 20대의 연락기와 1천명의 병력으로 창설된 한국 공군은 오늘날 첨단 F-16전투기를 보유한 세계 10위권의 공군으로 성장했다.

회고해보건대 대한민국 공군은 극도로 열악한 조건 아래서도 국가방위의 첨병으로서의 소임을 다해 왔다.

특히 6.25전쟁 중 경비행기 12대, AT-6 연락기 10대 등 22대의 항공기를 중심으로 총 8천5백여회의 출격을 수행하면서 승호리 철교 폭파와 평양 대공습 등 세계 전사에 기록될만한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한국 공군은 과거의 공적과 현재의 위상에 안주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공군력의 중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서해교전에서 우리가 북한 해군에 타격을 가했지만, 아직도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북한측의 양적 우세는 물론이거니와 전진 배치된 프로그7과 스커드 B형 미사일 등은 남한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공군력이야말로 북한의 이러한 재래식 및 미사일 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력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전략적 불안정 역시 공군의 중요성을 재삼 부각시켜주고 있다. 미군의 개입이 지속되는 한 동북아의 전략적 안정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철수는 일본의 재무장과 중국의 패권적 경합 양상을 촉발시켜 동북아의 구조적 불안정을 고조시킬 수 있다.

기존의 전력구조로는 이러한 사태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공군력 중심의 강력한 방어적 억지력만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역내 전략적 불안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미래전의 양상을 조망할 때 공군력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이미 91년의 걸프전과 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연합군의 베오그라드 공습은 미래전의 양상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주고 있다.

즉 미래전에 있어서의 승패는 지상군 개입을 극소화하는 동시에 우주항공 정찰.감시 기능의 극대화와 중.장거리 정밀 유도 무기 및 공군력의 활용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공군력이 국가 안보와 전쟁 수행에 있어 사활적인 군사 자산임을 다시 한번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한국 공군은 이러한 미래의 국가안보 요구에 적절히 부응하고 있는가. 지난 50년 동안 큰 성장을 해왔지만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크다.

우선 지상군 위주의 한국군 전력구조를 대폭 개편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지상군은 한국군 총 병력의 90%를 점하고 있고 자원배분에 있어서도 우선 순위를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비대칭 구조 아래에서는 미래전에 대비할 수 있는 해.공군의 획기적 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

차제에 3군의 균형있는 전력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가 가시화돼야 할 것이다.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은 공군의 기능적 역할이다. 6.25 이후 한국 공군은 유사시 미국의 증원군이 한반도에 도착할 때까지 북한 공격의 제1파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버티는 전력' 으로 자리매김돼 왔다.

미군은 지휘 및 통제, 전략적 감시, 그리고 공중 및 해양방어의 주요 임무를 맡고, 한국군은 지상방어 및 전술감시를 담당한다는 한.미간 역할분담에 따라 한국 공군은 미 공군의 보조전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역할분담은 미래전에 대비한 독자적 공군력 발전에 큰 차질을 가져 왔다. 주한 미군이 영구적일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공군의 독자발전의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공군은 첨단 기술전을 수행할 수 있는 우주 항공력으로 재개편이 필요하다. 재래식 무기에 기초한 전술 공군력만으로는 북한의 위협, 동북아의 전략적 불안정, 그리고 미래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제공력, 첨단 정찰.감시 및 전장 관리능력, 그리고 대탄도 미사일 방어능력을 갖춘 미래 지향적 우주항공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특히 주한 미군의 위상변화에 대비한 조기경보 및 전략.전술 감시체계의 건설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분명 21세기 한국 공군은 현재와 달라져야 한다. 미래지향적 첨단 우주항공력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 기술혁신, 우수한 인적 자원, 그리고 지도자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된다.

이러한 요건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국가안보의 백년대계를 위해 지금부터 이를 설계하고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창건 50돌을 맞은 대한민국 공군의 새로운 과제라 할 수 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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