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방송前 원고가 청와대서 왜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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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일 국회 문화관광위 국정감사장은 중앙일보에 대한 정부의 언론탄압 문제로 뜨거웠다. 국감은 오전 10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힐난과 함께 시작됐다.

○…朴장관이 나타나자 한나라당 강용식(康容植)의원은 '朴장관이 중앙일보 사장실에서 물컵을 던졌다' 는 중앙일보 기사를 빗대 "찻잔을 치워야지 또 던지겠다" 고 비난했고, 여기저기서 "스타가 떴다" 는 가시 돋친 인사말이 터져나왔다.

朴장관은 먼저 "낭보를 전하겠다. 올림픽 축구 한.중전에서 승리했다. 경기력 향상에 노력하겠다" 며 여유를 보이려 했다.

이에 격분한 야당의원들이 "언론탄압 사례가 밝혀져 국민이 분노를 느끼고 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축구 얘기를 하는 것은 안하무인격" (朴鍾雄의원)이라고 질책했다.

야당의 사퇴요구에 朴장관은 "사퇴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고 넘기고는 중앙일보에 대한 편집.인사압력을 부인했다.

"중앙일보 사장실에서 유리컵을 던졌느냐" 는 질문이 이어지자 "넘어지며 컵이 책상 위에 떨어져 유리가 깨졌다" 고 답변했다. 나아가 "과거엔 정권이 언론을 탄압했지만 지금은 언론이 정권을 탄압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朴장관이 이런 식으로 둘러대자 한나라당 박성범(朴成範)의원은 "중앙일보 사장실에서 '탁' 치니 물컵이 날아갔다는 朴장관의 발언을 들으니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더라' 는 박종철 사건이 생각난다" 고 꼬집었다.

야당의원들은 현 정권의 언론탄압 사례를 조목조목 들이댔다. "중앙일보는 모든 언론이 아부하던 오래 전에도 정권의 탄압을 호소했다" (李敬在의원), "중앙일보가 오죽 답답했으면 청와대에 봐달라고 했겠나" (林鎭出의원)고 朴장관을 힐난했다.

한편 지원차 들른 이부영(李富榮)총무는 기자들에게 "중앙 사태는 75년 정부의 동아일보 광고탄압과 본질이 같다. 당시에도 다른 언론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고 기억했다.

○…국민회의측은 "공보수석은 반론권 행사를 위해 여러 요청을 할 수 있는 것" (崔在昇의원), "현 정권을 '음모공화국' 으로 몰고가지 말라" (辛基南의원)며 반발했다.

길승흠(吉昇欽)의원은 "과거 정권은 전화 한 통화면 언론통제가 됐는데 이제는 전화로 안되니까 중앙일보에 가서 유리컵까지 던져가며 하는 것 아니냐" 며 "국민의 정부에선 언론탄압이 없다" 고 주장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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