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록수부대 평화 심고 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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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티모르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의 상록수부대가 마침내 장도(壯途)에 올랐다. 상록수부대의 출발에 즈음해 우리 국민 모두가 파병을 둘러싼 그동안의 논란을 접고 상록수부대가 현지에서 동티모르 주민과, 독립에 반대하는 민병대간의 분쟁에서 중립적 위치에 서서 엄정한 치안회복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귀환하길 다같이 기원해야 한다고 믿는다.

상록수부대는 높은 경쟁을 뚫고 선발된 지원병으로 구성돼 사기가 충천할 뿐만 아니라 특히 동티모르의 치안확보라는 파병임무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있어 동티모르의 평화유지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대장 박인철(朴仁哲)단장이 "동티모르의 평화와 안정 회복을 위해 중립적 위치에서 치안업무에만 전념하겠다" 며 "무장민병대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면 방어적 측면에서 교전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 이라고 다짐한 회견을 봐도 믿음직스럽다.

이것은 특히 동티모르 사태가 의미하는 인도네시아계 민병대의 인종청소적 반독립적 만행을 저지하려는 다국적군의 국제적 성격과, 우리와 인도네시아간에 유지.발전시켜야 할 쌍무적 국익간의 충돌을 예방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투철한 인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 군의 성숙한 자세가 돋보이는 측면이다.

상록수부대는 끝까지 이런 자세로 현지 실정(實情)을 정확히 파악해 국제평화유지군의 성격에 걸맞은 임무를 엄정 집행해 대결국면의 양대세력을 가능한 한 포용할 수 있도록 하길 바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전투병의 파병을 반대했던 야당과 일부 국민의 우려를 씻으면서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와 우리와의 관계에 어떤 앙금도 남기지 않는 길이 될 것이기에 하는 말이다.

전투병의 파병은 베트남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록수부대의 투철한 인식과 자세에도 불구하고 기우일망정 한가지만 꼭 당부하고자 한다. 민병대는 물론 지하드(성전)를 외치는 인도네시아 이슬람교단체와 정당, 청년단체들의 저항정신을 의식해 우리 부대는 만부득이 교전을 하는 사태를 맞이하더라도 효율적이고도 분별있는 방어자세를 취해 그들의 원성을 듣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다.

朴단장도 말했지만 성실한 임무수행과 함께 가급적 대민지원도 활발하게 해서 현지주민들에게 우호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심기를 바란다.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다국적군에 참여한 상록수부대의 활동은 동티모르의 독립과 안전이라는 높은 대의명분의 울안에 있다. 상록수 부대의 모든 장병들이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신성한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전원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도록 정부와 군당국, 그리고 국민들은 뒷바라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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