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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품삯 ·수해·농산물 도둑…농촌은 지금 3중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전북 남원시 덕과면 趙동구(53)씨는 벼 수확할 걱정에 잠이 안온다. 6천여평의 벼가 쓰러져 일꾼 60명을 사 묶어 세워놓았으나 또 다시 벼 묶음을 풀어야할 판이다. 콤바인으로 벼를 베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인건비가 거듭 들어가고 소출은 줄고 있는 것이다.

수확기를 맞은 농민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잇따른 태풍과 비로 많은 벼가 쓰러졌다. 일꾼 구하기도 어려워 품삯.콤바인 사용료도 크게 올랐다. 수확물 등의 도난도 잦다.

◇ 껑충 뛴 품삯〓농촌에 젊은이 일손이 귀한 데다 공공근로사업이 일손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품삯도 껑충 뛰었다.

전남 나주지역의 경우 남자와 여자 일당이 각각 평균 4만원과 2만8천원이다. 지난해보다 4천원.2천원씩 올랐다.

콤바인 작업료도 마찬가지다. 전북의 경우 지난해 2백평당 2만2천원 안팎이던 게 올해는 2만5천원으로 올랐다.

더욱이 벼가 쓰러진 논은 작업 속도가 느린 데다 기계 고장이 잦아 작업을 기피하며 웃돈을 요구, 최고 5만원까지 줘야 한다.

유진형(59.경북 안동시 풍천면 구담리)씨는 "콤바인 사용료로 지난해 한마지기에 2만5천원을 주었는데 올해는 적어도 1만원은 더 얹어줘야 할 것 같다" 며 걱정했다.

◇ 수확 감소〓벼가 쓰러진 농가의 경우 일반 논에 비해 두배인 품삯.콤바인 사용료로 한숨뿐이다. 일부는 아예 벼 세우기를 포기, 싹이 나와 미질이 형편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서너마지기의 벼가 쓰러진 이호병(50.전남 나주시 산포면)씨는 "품삯 대기가 어려워 벼 세우기를 포기했다" 고 밝혔다.

전남 지역의 경우 지난달 태풍으로 쓰러진 벼는 약 4천㏊. 군인.공무원까지 동원됐지만 지난 1일까지 약 2천㏊ 밖에 세우지 못했다.

◇ 농산물.농기계 도난〓경남 합천군 초계면 대동마을 정경복(77)씨가 지난달 28일 새벽 농로 옆에서 말리고 있던 벼 10가마를 도난당하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생기고 있다.

전북 정읍시 금붕동 행정마을 한순이(60)씨도 지난달 9일 비닐하우스에서 고추 2백40근(1백20만원 상당)을 잃어버렸다. 전북 완주군 제모(46).이모(53)씨는 최근 경운기를 도난당했다.

장대석.송의호.이해석.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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