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체첸반군 지상전…96년이후 체첸영토내 첫 교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모스크바〓김석환 특파원, 김정수 기자]체첸 북부에 진입한 러시아 연방군과 체첸 반군이 2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러시아군과 체첸 반군 사이의 지상전이 체첸 영토 내에서 벌어진 것은 지난 94~96년 체첸전 이후 처음이다. 양측의 교전내용 및 피해규모 등 전쟁상황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이 2일 자정을 기해 체첸 지역에 대해 가스공급을 중단했고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긴급 상황에 대비, 일요일인 3일에도 정상근무했다.

◇ 지상전 돌입〓에코 모스크바 등 러시아 언론들은 2일 체첸 북부 나우르스카야 지역의 루브예즈노예.알파토포.사벨예프스카야.체르노코조포 등 여러 마을에서 러시아군과 체첸 반군들간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연방군은 이에 앞서 2일 오전 탱크.장갑차 등을 앞세우고 지난 체첸전 이후 처음으로 다게스탄으로부터 3㎞지점에 위치한 체첸 내 민간인 거주지역인 숄코프스키 구역의 보로지노프카 마을을 점령했다.

현지 소식통들은 일부 러시아 특수부대가 이들 본대보다 훨씬 더 깊숙이 체첸 내로 침투했다고 밝혔으나 러시아 당국자들은 정찰임무 수행일 뿐이라고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아슬란 마스하도프 대통령 등 체첸 정부 지도자들은 "러시아가 체첸 주변에 20만명의 병력을 집중 배치해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며 국제사회와 주변 국가에 대화중재를 요청했다.

바하 아르사노프 부통령도 "우리의 조국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며 이번엔 러시아군을 포로로 잡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몰살시키겠다" 고 선언했다.

◇ 양측의 전략〓러시아군은 ▶스타브로폴 지방~아제르바이잔에 이르는 국경지역의 체첸 반군 봉쇄▶체첸 북부 테레크강에 전진 배치▶체첸 북부 평야지역 점령 등의 순서로 체첸 정부를 압박한다는 작전이다.

이고르 세르게예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2일 러시아군이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점령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지상군을 무분별하게 투입, 참패했던 지난 94년 전과 달리 공습을 통한 상대측 전력 무력화 후 지상군을 진주하는 작전을 구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소보전 때의 나토군 전략을 답습한 것으로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는 게 자체평가다. 또 체첸망명정부를 모스크바에 수립함으로써 현 체첸지도부를 반도들로 규정, 외부의 간섭을 차단하는 정치외교적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반면 체첸군은 테레크강의 범람과 동절기의 연무(煙霧)발생시 공습이 어려워질 시점부터 반격을 개시, 장기 게릴라전으로 끌고 간다는 작전이다. 또 필요시 러군 후방지역인 스타브로폴 지방에서 전격적인 게릴라 인질극 등을 벌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