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연맹 회장, 폴 햄에 금 양보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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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노 그란디 국제체조연맹(FIG) 회장이 남자 체조 개인종합 우승자 폴 햄(미국)에게 '금메달을 양태영에게 양보하라'는 서한을 지난 26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신박제 한국선수단장은 27일(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전하고 그란디 회장이 폴 햄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그란디 회장은 서한에서 'FIG가 메달을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하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한 햄의 발언을 상기시킨 뒤 "판정이 공정히 이뤄졌다면 진정한 우승자는 양태영 선수"라고 밝혔다. 그리고 "당신(폴 햄)이 메달을 돌려준다면… (중략)… FIG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런 행동의 위대함을 높이 평가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미국올림픽위원회 측이 "부적절한 압력"이라며 반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란디 회장의 서한은 이번 오심 사태를 비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원만히 해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는 "판정 번복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IOC의 금메달 공동 수여를 기대해 왔다. 반면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은 "오심 사태는 해당 경기단체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선을 그은 상태다.

그란디 회장의 서한이 햄에게 전달됐는지, 전달받은 햄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햄은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금메달 획득은 정당하다고 주장했었다.

신 단장은 "대회 폐막 전까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유리한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 28일까지 제소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란디 회장의 서한은 직접적으로 햄의 금메달 반납을 유도하지 못한다 해도 CAS로부터 유리한 결정을 끌어내는 데 유리한 자료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아테네=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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