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경관 보존 '말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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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강 주변에 대한 서울시의 개발 제한 방침에도 불구하고 한강변에 고층 아파트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시는 이 아파트 건립을 위해 개발이 제한된 풍치지구를 주거지역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한강변 자연경관 및 조망권을 보존하겠다는 서울시의 한강관리계획이 홍보용 구두선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한강변과 연접한 금호동 4가 292 일대를 금호 제11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지로 지정하고 최근 계획안을 마무리지었다.

재개발지역의 불량 주택을 모두 철거하고 24층 고층아파트 11개동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성동구는 재개발 지역에 포함된 풍치지구 1만여㎡를 주거지역을 변경해 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키로 했다.

성동구는 풍치지구를 1종 주거지역으로 변경한 뒤 4층짜리 저층 아파트 2개동을 지을 계획이다.

성동구 관계자는 "재개발지역 지정 및 풍치지구 해제에 대해 서울시와 사전 협의를 마친 상태" 라며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는 대로 사업에 착수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한강사업계획이 발표된 이후 성동구 강변건영아파트.광진구 구의동 세양아파트.서초구 설악아파트 등 한강변에 20층 이상 고층아파트 3개 사업을 허가했다.

한강을 병풍처럼 둘러싸는 이같은 고층 아파트 건립계획은 서울시의 한강변 경관관리 정책에 정면으로 위반된다.

서울시는 지난 6월 고건(高建)시장의 취임 1주년에 맞춰 '새서울 우리 한강' 사업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살아 숨쉬는 한강' 등 4개 부문 53개 사업으로 이뤄진 이 계획은 과거 한강관리의 무게중심을 과거의 '개발위주' 에서 '정비.보전' 으로 옮기겠다는 정책을 담고있다.

서울시는 한강변 경관관리와 관련, 강변을 특별.일반 관리구역으로 구분설정해 건축물의 경관 심의기준을 강화하고 관.민 합동의 경관개선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났지만 후속 조치가 전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특히 관련 부서가 서로 책임을 미루며 손을 놓고 있어 한강변 경관관리는 이미 '물 건너간 것' 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서울 우리 한강' 사업을 총괄하는 서울시 한강사업기획단측은 "경관관리와 같은 추상적인 내용들은 각 부서에서 할 일이다. 우리는 시민공원 조성과 같은 가시적이고 단기간에 걸친 사업에 주력할 뿐" 고 밝혔다.

그러나 도시계획국.주택국 등의 관련 부서들은 "사업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할 수는 없다" 고 밝혔다.

현행법이나 조례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고층 아파트.빌딩 건립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도시연대 최정한 사무총장은 "서울시의 발표는 치밀한 준비 없이 구호성 정책을 남발해 온 과거 행태를 되풀이 한 것" 이라며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한강의 정비.보존은 영원히 힘들어진다" 이라고 강조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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